회사를 먹여 살리던 중국에서의 판매가 급감하고,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이 발목을 잡아서다. 이대로라면 2위 롯데제과에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역기저·비용 부담 `이중고`…라이벌 롯데제과에 1위 내줄 수도
금융투자업계가 추산한 오리온의 2분기 매출은 5,053억원, 영업이익은 55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 35% 감소한 것은 물론, 지난해 내내 지켜온 제과업계 1위 자리 사수도 위태로울 전망이다.
라이벌 롯데제과의 2분기 매출은 5,1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롯데제과는 지난 2019년 4년 만에 가져왔다 1년 만에 도로 빼앗긴 제과 1위 자리를 재탈환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초코파이나 꼬북칩 등 `K-스낵` 대표 주자였던 오리온이 바로 그 과자들에 발등을 찍혔다고 분석했다.
해외, 특히 중국 시장 비중이 높은 회사 특성상 코로나19 이후 내식 수요 증가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난해 실적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오리온의 해외 매출 비중은 1분기 기준 67%로 롯데제과의 25%를 크게 웃돈다. 특히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 중 50%로 압도적이다.
문제는 오리온의 중국 법인 실적이 지난 2월부터 역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1월 36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01.7%의 성장률을 나타낸 중국 법인 영업이익은 2월 -26.1%로 성장률이 주저 앉았고, 3월과 4월에는 각각 -81%, -70.7%로 감소폭을 키웠다. 5월과 6월 모두 같은 기간 70% 가량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무섭게 오르고 있는 곡물 가격도 실적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과자의 주원료료 사용되는 국제 밀 가격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대두유 가격도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리온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법인의 실적이 전년 기저 부담으로 두자릿 수 감소폭을 이어가고 있다"며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과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받았던 사회보장세 감면 혜택이 올해는 없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 4분기는 돼야 실적 반등 가능할 듯…"판가 인상이 관건"
오리온의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대리점 체제 도입이 마무리되고, 춘절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하는 4분기는 돼야 실적 반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중국에서의 거래채널은 크게 동네 슈퍼마켓 등 전통채널(TT채널)과 대형마트(MT채널)로 나뉘는데, 현지 경쟁업체들의 90%가 전통채널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1~2선 도시를 제외하면 대형마트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오리온은 전통채널 판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존 영업사원을 경소상으로 대체하고, 그 과정에서 기존 경소상 재고 소진과 영업사원 퇴직금 지급을 위한 비용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월 반영된 중국 영업사원 경제 보상금 관련 일회성 비용은 39억원으로 전해진다.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오리온이 중국에서 초코파이 가격을 10%만 올려도 중국 법인 영업이익 13%, 전체 영업이익은 6% 개선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3분기에만 중국 법인 매출이 3,062억원으로 월 평균 1천억원을 벌어들였다"며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3분기까지는 실적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도 "오리온이 가격 인상을 오랜 기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재료 단가 상승 부담을 판가에 전가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실적 역기저 부담이 사라지는 4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방서후기자 shba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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