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② 전국 방방곡곡에 '쓰레기산'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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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장 등 부족해 쓰레기 처리비용 급등…불법업자들, 한밤중 '남몰래 투기'
美 CNN도 한국 쓰레기산 실태 보도…2년 동안 300곳 가까이 치웠지만, 아직 91곳 남아
"근본적 대책 마련 안 하면 언제든 다시 늘어날 수 있어"
쓰레기 대란 / 연합뉴스 (Yonhapnews)
탐사보도팀 = 지난달 2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의 한 사유지.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은 2만t의 쓰레기가 쌓여 산을 이루고 있다는 이곳을 찾았다.
5m에 달하는 펜스로 둘러쳐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했지만, 입구에서부터 악취가 코를 찔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취재진 앞에 무려 1만7천㎡(5천142평) 면적의 거대한 쓰레기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가 4∼5m에 이르는 쓰레기 더미 안에 자동차 타이어, 밧줄, 신발, 천, 파이프 등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쓰레기산 바로 뒤쪽으로 납골당이 세워진 추모공원이 보였다.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파주 삼릉과도 불과 1㎞ 떨어져 있었다.
지난 2016년 불법 업자들이 땅 주인을 속여 보증금 7천만원에 월세 1천800만원으로 토지를 빌린 뒤 전국에서 쓰레기를 가져와 버린 것이다.
이들은 시세대로라면 1t당 25만원을 주고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사업자에게 "싸게 처리해 주겠다"며 접근, 쓰레기를 가져왔다.
무단투기를 할 때는 트럭 운전사에게 "불을 끄고 작업하라"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쓰레기를 버렸다.
이로 인해 땅 주인 김모 씨는 졸지에 수십억원에 이르는 쓰레기 처리 비용을 떠안게 됐다.
그는 사기 피해자가 처리 비용을 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유지 관리자는 "지자체에서 자꾸 땅 주인에게 쓰레기를 치우라고 해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 쓰레기산, 전국에 91곳 달해…"언제 다 치우게 될지 아무도 몰라"
파주시 관내에 있는 쓰레기산은 조리읍 장곡리 한 곳만이 아니다.
무려 8곳의 쓰레기산이 있다.
이 가운데 6곳을 행정대집행으로 처리해 소송이 진행 중인 두 곳만 남았다.
지자체가 쓰레기산을 투기 행위자나 토지 소유주 대신 치우는 '행정대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이행 기한을 정하고, 그 기한까지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대집행을 한다는 문서를 보내야 한다.
의무자가 이 문서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으면 지자체는 대집행 영장을 발부해 대집행을 할 시기와 견적액 등을 통지한다.
이때 견적액은 향후 의무자가 지자체에 지급해야 하므로, 견적액 등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파주시는 이러한 행정대집행을 통해 각각 2천500t에 달하는 파주읍 봉암리와 검산동의 쓰레기산을 치웠다.
이 과정에 혈세 10억원이 쓰였다.
적성면 가월리(800t), 월롱면 위전리(100t), 야당동(100t), 법원읍 웅담리(1천t)의 쓰레기산은 폐기물 조치 명령을 받은 불법투기 행위자나 토지주가 치웠다.
조리읍 장곡리 쓰레기산의 경우 땅 주인의 행정소송 제기로 대집행을 할 수 없게 됐다.
월롱면 영태리에서는 이전 소유주가 건물을 부순 뒤 잔여물을 버려두고 가는 바람에 현 소유주와 법적 책임 공방이 벌어져 지자체도 손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쓰레기산은 파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곳곳에 쓰레기산이 생겨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의 쓰레기산은 모두 91곳에 달한다.
이마저도 지난 2년 동안 대대적인 제거 작업을 통해 300곳 가까운 쓰레기산을 치운 결과다.
2019년 미국 CNN방송이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의 20.8만t에 달하는 쓰레기산을 보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환경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총 378곳의 쓰레기산이 형성돼 161.6만t에 달하는 불법 폐기물이 쌓인 것으로 드러났다.
CNN 보도로 전 세계에 망신살이 뻗친 후 각 지자체는 쓰레기산 처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모두 287곳(134.3만t)의 쓰레기산을 치웠다.
하지만 91곳, 27.3만t에 달하는 쓰레기산은 아직 치우지 못했다.
소송 등이 걸려있어 지자체에서 행정대집행을 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동에는 1만6천t 규모의 쓰레기산이 있지만, 2015년 구청의 고발 조치에도 불구하고 6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불법 투기자는 적발된 뒤 재판을 받고 1년 6개월 실형을 살고 나왔다.
구청 측은 불법 투기자에게 "쓰레기를 빨리 치우라"고 재촉하지만, 투기자는 "돈이 없다"는 입장이다.
6건의 쓰레기산 처리 문제로 골치를 앓는 경기 화성시 관계자는 "우리 지역도 불법 투기자들이 '돈이 없다'며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있다"며 "분명히 사업자에게서 돈을 받은 후 쓰레기를 버렸을 텐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 턱없이 부족한 쓰레기 처리 시설, 불법 투기 유혹 만들어
이처럼 전국 곳곳에 쓰레기산이 만들어지는 근본 원인은 쓰레기양은 갈수록 늘어나는 데 비해 소각장, 매립지 등 처리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일일 전국 폐기물 발생량은 2014년 40만1천658만t에서 2019년 49만7천238만t으로 5년 만에 20% 넘게 늘었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쓰레기 배출량도 많아진 것이다.
전체 폐기물에서 공장, 건설 현장, 의료시설 등의 사업장 및 건설 폐기물은 84∼85%를 차지한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상거래 급증 등으로 배달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생활폐기물마저 급격히 늘었다.
수도권의 경우 기초자치단체별로 수도권매립지에 버릴 수 있는 1년 치 생활폐기물의 총량을 제한하는 '반입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일회용품 사용 등이 급증하면서 도내 시·군 중 절반가량이 반입총량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포천시의 경우 반입총량은 145t인데 지난해 실제 반입량은 1천820t에 달해 무려 1천255.2%의 초과율을 기록했다.
포천시는 생활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올해 재활용품 선별 인원을 늘리고 재활용품 품질개선사업에 예산을 투입했지만, 넘쳐나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포천시 관계자는 "이전에는 재활용품을 차량 8대로 충분히 수거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턱없이 부족해 2대를 더 늘렸다"며 "그래도 부족해 운전자들이 연장근무를 하며 운반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여름철은 일회용품 쓰레기가 40∼50%, 가을·겨울철은 20∼30% 급증했다고 한다.
쓰레기는 이처럼 급증하고 있지만, 전국의 매립지는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는 관내에 있는 수도권매립지가 2025년 8월이면 포화 상태가 될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서울과 수도권의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국의 생활폐기물 매립지 215곳도 4년 뒤 65곳, 9년 뒤에는 120곳이 포화상태가 된다.
그런데도 지자체의 소각장이나 매립지 조성 계획은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좌절되기 일쑤다.
매립지나 소각장이 부족해 처리하지 못하는 쓰레기가 늘어나면 폐기물 처리 단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18년에 t당 평균 23만대였던 쓰레기 소각 비용은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29만원대로 뛰어올랐다.
14만원대였던 쓰레기 매립 비용은 23만원대로 급등했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폐기물 처리 단가의 급등은 불법 업자들이 활개 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들이 싼 가격에 폐기물을 처리해주겠다고 사업주에게 접근하면 상당수 사업주는 유혹에 넘어간다.
불법 업자들은 쓰레기를 버릴 만한 땅을 물색한 후 토지주에게 땅을 잠시 빌리자며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야밤을 틈타 대량의 쓰레기를 실어 날라와 투기한 후 잠적해 버린다.
한때 400곳에 가까웠던 전국의 쓰레기산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수익이 발생하면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계속 생겨나게 돼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가 일어날 만한 수익 구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의 쓰레기 처리 시설로는 10년 후, 20년 후를 대비하지 못한다"며 "쓰레기 처리 인프라를 미리 확충할 수 있도록 주민과 합의를 잘 끌어내고, 민간 시장에 의존하지 않도록 폐기물 처리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쓰레기산 처리, 혈세 수백억 들어가지만 회수는 어려워
쓰레기산 처리는 국민의 '혈세'가 수백억원 투입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행정대집행을 한 뒤 지자체가 불법 투기자나 토지 소유주 등 의무자에게 구상권 청구를 했을 때 쓰레기 처리 예산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쓰레기산 하나를 치우는 데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세금이 투입되지만, 구상권을 청구해도 받아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경북 의성군에 있던 20.8만t 규모의 쓰레기산을 치우는 데는 국비 184억8천만원, 지방비 113억7천만원 등 총 298억5천만원의 세금이 쓰였다.
의성군청은 불법 투기자의 범죄수익금 28억원을 확보하고 재산 50억원을 가압류했지만, 채권 순위 등의 문제로 인해 가압류 재산 중에서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압류한 재산까지 모두 확보한다고 해도 78원억에 불과해 행정대집행에 들어간 돈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경상북도는 2019년 2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17개 시군에 있는 쓰레기산 61곳 중 소송이 걸린 곳을 제외하고 55곳을 처리했거나 처리 중인데, 여기에 쓰인 돈이 무려 663억원에 달한다.
도청 관계자는 "행정대집행이 최근 1∼2년 사이에 이뤄졌기 때문에 앞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돈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겠지만, 못 받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1만6천t의 쓰레기산이 있는 인천시 부평구는 행정대집행을 하기 위해 쓰레기 처리업체에 견적을 받아보니 최대 35억원의 비용이 나왔다.
부평구청 관계자는 "구청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어 국비를 지원받아야 하는데, 이 정도 금액은 행정대집행 후 구상권을 청구해도 받기 힘들다"며 "지자체가 세금으로 치워주니까 불법 투기자나 토지 소유자들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포천시는 쓰레기산 16곳 가운데 소송 중인 1곳(4천500t)를 제외한 15곳, 총 3만t의 쓰레기를 행정대집행으로 치웠다.
총 8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처리 의무자 중 재산이 있는 사람은 압류하기도 했지만, 압류를 해도 지자체가 채권 배당이 1순위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포천시청 관계자는 "압류를 해도 돈이 회수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재산이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며 "행정대집행으로 치우면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좋지만, 구상권 청구로 돈을 받기가 무척 힘들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2019년 2곳의 쓰레기산 중 1곳을 행정대집행으로 처리했는데, 5억3천만원의 세금이 쓰였다.
현재까지 회수된 금액은 없다.
충청북도는 모두 32곳의 쓰레기산 중 4곳을 행정대집행으로 처리했다.
24억5천만원의 비용 중 회수한 돈은 고작 1천877만원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폐기물관리팀장은 "쓰레기산 처리에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행정대집행 비용이 확실하게 회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불법 투기자와 토지 소유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쓰레기산이 다시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탐사보도팀: 권선미·윤우성 기자, 정유민 인턴기자]
/연합뉴스
美 CNN도 한국 쓰레기산 실태 보도…2년 동안 300곳 가까이 치웠지만, 아직 91곳 남아
"근본적 대책 마련 안 하면 언제든 다시 늘어날 수 있어"
탐사보도팀 = 지난달 2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의 한 사유지.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은 2만t의 쓰레기가 쌓여 산을 이루고 있다는 이곳을 찾았다.
5m에 달하는 펜스로 둘러쳐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했지만, 입구에서부터 악취가 코를 찔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취재진 앞에 무려 1만7천㎡(5천142평) 면적의 거대한 쓰레기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가 4∼5m에 이르는 쓰레기 더미 안에 자동차 타이어, 밧줄, 신발, 천, 파이프 등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쓰레기산 바로 뒤쪽으로 납골당이 세워진 추모공원이 보였다.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파주 삼릉과도 불과 1㎞ 떨어져 있었다.
지난 2016년 불법 업자들이 땅 주인을 속여 보증금 7천만원에 월세 1천800만원으로 토지를 빌린 뒤 전국에서 쓰레기를 가져와 버린 것이다.
이들은 시세대로라면 1t당 25만원을 주고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사업자에게 "싸게 처리해 주겠다"며 접근, 쓰레기를 가져왔다.
무단투기를 할 때는 트럭 운전사에게 "불을 끄고 작업하라"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쓰레기를 버렸다.
이로 인해 땅 주인 김모 씨는 졸지에 수십억원에 이르는 쓰레기 처리 비용을 떠안게 됐다.
그는 사기 피해자가 처리 비용을 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유지 관리자는 "지자체에서 자꾸 땅 주인에게 쓰레기를 치우라고 해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 쓰레기산, 전국에 91곳 달해…"언제 다 치우게 될지 아무도 몰라"
파주시 관내에 있는 쓰레기산은 조리읍 장곡리 한 곳만이 아니다.
무려 8곳의 쓰레기산이 있다.
이 가운데 6곳을 행정대집행으로 처리해 소송이 진행 중인 두 곳만 남았다.
지자체가 쓰레기산을 투기 행위자나 토지 소유주 대신 치우는 '행정대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이행 기한을 정하고, 그 기한까지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대집행을 한다는 문서를 보내야 한다.
의무자가 이 문서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으면 지자체는 대집행 영장을 발부해 대집행을 할 시기와 견적액 등을 통지한다.
이때 견적액은 향후 의무자가 지자체에 지급해야 하므로, 견적액 등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파주시는 이러한 행정대집행을 통해 각각 2천500t에 달하는 파주읍 봉암리와 검산동의 쓰레기산을 치웠다.
이 과정에 혈세 10억원이 쓰였다.
적성면 가월리(800t), 월롱면 위전리(100t), 야당동(100t), 법원읍 웅담리(1천t)의 쓰레기산은 폐기물 조치 명령을 받은 불법투기 행위자나 토지주가 치웠다.
조리읍 장곡리 쓰레기산의 경우 땅 주인의 행정소송 제기로 대집행을 할 수 없게 됐다.
월롱면 영태리에서는 이전 소유주가 건물을 부순 뒤 잔여물을 버려두고 가는 바람에 현 소유주와 법적 책임 공방이 벌어져 지자체도 손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쓰레기산은 파주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곳곳에 쓰레기산이 생겨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의 쓰레기산은 모두 91곳에 달한다.
이마저도 지난 2년 동안 대대적인 제거 작업을 통해 300곳 가까운 쓰레기산을 치운 결과다.
2019년 미국 CNN방송이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의 20.8만t에 달하는 쓰레기산을 보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환경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총 378곳의 쓰레기산이 형성돼 161.6만t에 달하는 불법 폐기물이 쌓인 것으로 드러났다.
CNN 보도로 전 세계에 망신살이 뻗친 후 각 지자체는 쓰레기산 처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모두 287곳(134.3만t)의 쓰레기산을 치웠다.
하지만 91곳, 27.3만t에 달하는 쓰레기산은 아직 치우지 못했다.
소송 등이 걸려있어 지자체에서 행정대집행을 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 예로 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동에는 1만6천t 규모의 쓰레기산이 있지만, 2015년 구청의 고발 조치에도 불구하고 6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불법 투기자는 적발된 뒤 재판을 받고 1년 6개월 실형을 살고 나왔다.
구청 측은 불법 투기자에게 "쓰레기를 빨리 치우라"고 재촉하지만, 투기자는 "돈이 없다"는 입장이다.
6건의 쓰레기산 처리 문제로 골치를 앓는 경기 화성시 관계자는 "우리 지역도 불법 투기자들이 '돈이 없다'며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있다"며 "분명히 사업자에게서 돈을 받은 후 쓰레기를 버렸을 텐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 턱없이 부족한 쓰레기 처리 시설, 불법 투기 유혹 만들어
이처럼 전국 곳곳에 쓰레기산이 만들어지는 근본 원인은 쓰레기양은 갈수록 늘어나는 데 비해 소각장, 매립지 등 처리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일일 전국 폐기물 발생량은 2014년 40만1천658만t에서 2019년 49만7천238만t으로 5년 만에 20% 넘게 늘었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쓰레기 배출량도 많아진 것이다.
전체 폐기물에서 공장, 건설 현장, 의료시설 등의 사업장 및 건설 폐기물은 84∼85%를 차지한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상거래 급증 등으로 배달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생활폐기물마저 급격히 늘었다.
수도권의 경우 기초자치단체별로 수도권매립지에 버릴 수 있는 1년 치 생활폐기물의 총량을 제한하는 '반입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일회용품 사용 등이 급증하면서 도내 시·군 중 절반가량이 반입총량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포천시의 경우 반입총량은 145t인데 지난해 실제 반입량은 1천820t에 달해 무려 1천255.2%의 초과율을 기록했다.
포천시는 생활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올해 재활용품 선별 인원을 늘리고 재활용품 품질개선사업에 예산을 투입했지만, 넘쳐나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포천시 관계자는 "이전에는 재활용품을 차량 8대로 충분히 수거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턱없이 부족해 2대를 더 늘렸다"며 "그래도 부족해 운전자들이 연장근무를 하며 운반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여름철은 일회용품 쓰레기가 40∼50%, 가을·겨울철은 20∼30% 급증했다고 한다.
쓰레기는 이처럼 급증하고 있지만, 전국의 매립지는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는 관내에 있는 수도권매립지가 2025년 8월이면 포화 상태가 될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서울과 수도권의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국의 생활폐기물 매립지 215곳도 4년 뒤 65곳, 9년 뒤에는 120곳이 포화상태가 된다.
그런데도 지자체의 소각장이나 매립지 조성 계획은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좌절되기 일쑤다.
매립지나 소각장이 부족해 처리하지 못하는 쓰레기가 늘어나면 폐기물 처리 단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18년에 t당 평균 23만대였던 쓰레기 소각 비용은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29만원대로 뛰어올랐다.
14만원대였던 쓰레기 매립 비용은 23만원대로 급등했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폐기물 처리 단가의 급등은 불법 업자들이 활개 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들이 싼 가격에 폐기물을 처리해주겠다고 사업주에게 접근하면 상당수 사업주는 유혹에 넘어간다.
불법 업자들은 쓰레기를 버릴 만한 땅을 물색한 후 토지주에게 땅을 잠시 빌리자며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야밤을 틈타 대량의 쓰레기를 실어 날라와 투기한 후 잠적해 버린다.
한때 400곳에 가까웠던 전국의 쓰레기산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수익이 발생하면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계속 생겨나게 돼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가 일어날 만한 수익 구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의 쓰레기 처리 시설로는 10년 후, 20년 후를 대비하지 못한다"며 "쓰레기 처리 인프라를 미리 확충할 수 있도록 주민과 합의를 잘 끌어내고, 민간 시장에 의존하지 않도록 폐기물 처리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쓰레기산 처리, 혈세 수백억 들어가지만 회수는 어려워
쓰레기산 처리는 국민의 '혈세'가 수백억원 투입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행정대집행을 한 뒤 지자체가 불법 투기자나 토지 소유주 등 의무자에게 구상권 청구를 했을 때 쓰레기 처리 예산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쓰레기산 하나를 치우는 데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세금이 투입되지만, 구상권을 청구해도 받아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경북 의성군에 있던 20.8만t 규모의 쓰레기산을 치우는 데는 국비 184억8천만원, 지방비 113억7천만원 등 총 298억5천만원의 세금이 쓰였다.
의성군청은 불법 투기자의 범죄수익금 28억원을 확보하고 재산 50억원을 가압류했지만, 채권 순위 등의 문제로 인해 가압류 재산 중에서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압류한 재산까지 모두 확보한다고 해도 78원억에 불과해 행정대집행에 들어간 돈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경상북도는 2019년 2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17개 시군에 있는 쓰레기산 61곳 중 소송이 걸린 곳을 제외하고 55곳을 처리했거나 처리 중인데, 여기에 쓰인 돈이 무려 663억원에 달한다.
도청 관계자는 "행정대집행이 최근 1∼2년 사이에 이뤄졌기 때문에 앞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돈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겠지만, 못 받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1만6천t의 쓰레기산이 있는 인천시 부평구는 행정대집행을 하기 위해 쓰레기 처리업체에 견적을 받아보니 최대 35억원의 비용이 나왔다.
부평구청 관계자는 "구청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어 국비를 지원받아야 하는데, 이 정도 금액은 행정대집행 후 구상권을 청구해도 받기 힘들다"며 "지자체가 세금으로 치워주니까 불법 투기자나 토지 소유자들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는 측면이 있으므로,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포천시는 쓰레기산 16곳 가운데 소송 중인 1곳(4천500t)를 제외한 15곳, 총 3만t의 쓰레기를 행정대집행으로 치웠다.
총 8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처리 의무자 중 재산이 있는 사람은 압류하기도 했지만, 압류를 해도 지자체가 채권 배당이 1순위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포천시청 관계자는 "압류를 해도 돈이 회수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재산이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며 "행정대집행으로 치우면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좋지만, 구상권 청구로 돈을 받기가 무척 힘들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2019년 2곳의 쓰레기산 중 1곳을 행정대집행으로 처리했는데, 5억3천만원의 세금이 쓰였다.
현재까지 회수된 금액은 없다.
충청북도는 모두 32곳의 쓰레기산 중 4곳을 행정대집행으로 처리했다.
24억5천만원의 비용 중 회수한 돈은 고작 1천877만원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폐기물관리팀장은 "쓰레기산 처리에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행정대집행 비용이 확실하게 회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불법 투기자와 토지 소유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쓰레기산이 다시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탐사보도팀: 권선미·윤우성 기자, 정유민 인턴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