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문화硏 "불법주정차, 보행 아동에 특히 위험"
"사고유발한 불법주정차, 과실 인정돼…잠적 못하게 신고해야"
불법 주정차가 유발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과실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삼성화재가 2018년부터 작년까지 접수한 교통사고 가운데 불법 주정차가 유발한 사고가 1천409건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불법 주정차가 '유발'한 사고란 불법 주정차 차량과 직접 충돌한 사고가 아니라 불법 주정차 차량을 피하는 과정에서 다른 차량 또는 보행자와 사이에 일어난 사고를 가리킨다.

불법 주정차가 유발한 사고는 2018년 402건에서 지난해 569건으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492건이 접수됐다.

연구소는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을 고려할 때 지난 3년간 불법 주정차로 인한 교통사고가 약 4천7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화재에 접수된 1천409건 중 59%는 차대(對) 차 사고였으며 차량 단독사고와 차대 사람 사고가 각각 26%와 15%로 나타났다.

차대 사람 사고의 피해자 연령을 보면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16%를 점유했다.

연구소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유발한 차대 사람 사고 중 어린이 피해자의 점유율은 국내 전체 보행자 교통사고 중 어린이 점유율 7.3%의 2배가 넘는다"며, "불법 주정차 차량이 어린이 교통안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사고유발한 불법주정차, 과실 인정돼…잠적 못하게 신고해야"
판례에 따르면 불법 주정차 차량이 유발한 사고에서 불법 주정차 차량의 과실은 15∼40%로 인정됐다.

예를 들어 차량이 야간에 불법 주차 차량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8세 아동을 치어 뇌타박상을 입힌 사고에서 1·2심은 불법 주차 차량의 과실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 과실을 26.8%로 판단했다.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경찰 신고율이 낮고, 보험사에도 불법 주정차 차량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책임을 지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연구소는 "사고 후 불법 주정차 차량이 현장을 이탈하면 운전자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보험사 보상 담당자가 직접 조사해 구상을 진행하기도 하나 대부분은 파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의 전제호 책임연구원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보험사에 불법 주차 차량의 사진 등 정보를 전달해야 필요 시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책임연구원은 또 일본이나 싱가포르처럼 불법 주정차에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4만원에 자진납부 감경 제도가 적용되고, 벌점은 부과되지 않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