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앞둔 박다솔 스파링 파트너 자처…고통의 장소에 다시 서다
[올림픽] '삭발 투혼' 강유정, 아픔 잊고 이젠 '훈련 도우미'로
특별취재단 = 인생의 쓴맛을 본 다음 날의 아침을 기억하는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그날, 많은 이는 무기력함과 우울감에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25일 아침은 여자 유도 국가대표 강유정(25·순천시청)에게 그런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강유정은 전날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유도 여자 48㎏급 32강에서 스탄가르 마루사(슬로베니아)에게 2분 만에 역전패했다.

강유정은 지난 5년 동안 올림픽 무대를 바라보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계체량 통과에 어려움을 겪자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밀어버릴 정도로 절실했다.

그러나 그는 '삭발 투혼'에도 1라운드에서 허무하게 역전 누르기 한판패를 기록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강유정은 선수촌에서 도복을 챙겨 경기장으로 나섰다.

이유는 단 하나.

이날 여자 52㎏급에 출전하는 박다솔(25·순천시청)의 훈련 도우미가 되기 위해서였다.

강유정은 박다솔의 마지막 훈련 상대를 자처하며 고통의 순간을 맛봤던 바로 그 장소에 다시 섰다.

강유정은 있는 힘을 다해 박다솔의 훈련을 도왔다.

기술 자세에 관해서 조언했고, 훈련 중 지쳐 쓰러진 박다솔을 일으켜 세우며 힘을 북돋아 줬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평소 올림픽엔 훈련 파트너가 동행해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로 인해 경기장 출입이 가능한 AD(Accreditation)카드 발급을 최소화하면서 충분한 코치진, 파트너가 함께하지 못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가 경기를 앞둔 선수를 도와야 하는 환경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