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전력수급 첫 고비 넘겼지만…타격 입은 탈원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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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단계 우려되자 원전 조기 재가동으로 예비력 확보
"결국 원전에 의지" 비판…탈원전 정책 속도 조절론 힘 실릴 듯 올여름 예비 전력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고됐던 7월 넷째 주가 지나면서 전력당국이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휴가철이 끝나고 막판 무더위가 찾아오는 8월 중순 전력 피크(최대부하) 시기가 아직 남았으나 일단 첫 고비는 넘긴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기후 위기에 따른 이상고온으로 전력수급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정적 공급원인 원전을 줄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 7월 넷째 주 전력수급 '안정적'…첫 고비 넘겨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평일(19∼23일) 전력공급 예비력은 10GW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전력 예비율은 11.1∼16.8%를 기록했다.
예비력은 총 공급능력(정비·고장 발전기 제외)에서 현재 사용 중인 전력을 제외한 것이며, 예비율은 예비력을 수요로 나눈 백분율이다.
전력당국은 예비력이 5.5GW 이상이면 정상 상태로 판단한다.
하지만 통상 발전기 고장이나 이상고온 등 돌발상황까지 대비하려면 예비력은 10GW, 예비율은 10%를 넘겨야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정부는 지난주에 전력 예비력이 가장 낮아져 4.0∼7.9GW(상한전망∼기준전망, 예비율 4.2∼8.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통 수급 실적은 기준전망과 상한전망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지난주 예비율은 6∼7%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훨씬 여유가 있었다.
이는 정부가 정비 등을 이유로 정지돼있던 원전 3기를 서둘러 가동해 전력공급 능력이 애초 계획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정지 상태이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를 지난주 차례로 재가동했다.
세 원전의 설비용량은 신월성 1호기 1GW, 신고리 4호기 1.4GW, 월성 3호기 0.7GW다.
21일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고리 4호기(0.95GW)를 제외하면, 지난주 원전의 전력공급 능력은 전주보다 2.15GW 늘었다.
전력수요 증가세도 예상보다 덜했다.
공공기관은 정부 요청에 따라 자발적으로 낮 시간대 냉방기 순차 운휴를 실시했다.
낮 시간대 맑은 날씨로 인해 자가용 옥상 태양광 등의 발전량이 많아 전체적인 전력 수요 증가가 제한되는 효과도 발생했다.
자가용 태양광 발전이 활발해지면,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를 적게 끌어 다 쓰기 때문에 중앙에서 관리하는 전력 수요가 최대 2∼3GW가량 줄어들게 된다.
전력공급에 여유가 생기면서 정부가 미리 확보했던 전력수요 의무감축(DR), 공공비상발전기 등 총 8.8GW의 추가 예비자원은 투입되지 않았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휴가철로 산업계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므로 당분간 전력수급 상황이 안정적일 것"이라며 "휴가철이 끝나는 8월 둘째 주에 전력 사용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있어 만반의 대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탈원전 탓 공방…"전력 불안 야기" vs "관계없어"
우려했던 '전력 대란'은 없었지만, 8년 만에 비상단계 발령 가능성이 거론되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원전을 무리하게 폐쇄하거나 억지로 가동을 멈춰 전력수급이 불안정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으로 전력 공급이 감소하지 않았으며, 전력 예비율이 낮아진 건 기온 상승과 산업생산 증가로 인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사라진 기존 원전은 월성 1호기뿐이다.
신고리 4호기가 가동을 시작하면서 원전 설비용량은 2017년 2.25GW에서 올해 2.33GW로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원전의 공급능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안전성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로 인해 원전의 신규 가동이 지연된 측면이 있다.
2015년 마련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으로는 현재 신한울 1·2호기(각각 1.4GW)와 신고리 5호기(1.4GW), 월성 1호기(0.68GW) 등 총 5GW 규모의 원전 4기가 추가로 가동 중이어야 한다.
조기 폐쇄가 결정돼 2017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빠진 월성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예정대로 운전을 시작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신한울 1호기는 안전 문제 등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 허가가 늦어져 내년에야 전력 공급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신한울 2호기도 운영 허가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신고리 5호기는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 과정 등을 거치면서 준공 예정일이 2024년으로 미뤄졌다.
올여름 가동을 멈춘 원전이 유독 많은 것은 사실이다.
총 24기의 가동 원전 중 정지 상태인 원전은 총 6기다.
4기(한울 3·4호기, 고리 3·4호기)는 계획예방정비 중이고 2기(한빛 4·5호기)는 결함으로 인해 멈춰 있다.
이로 인해 약 6GW의 발전량이 빠졌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탈원전 정책은 이미 운영 중인 원전을 없애는 것은 아니어서 올여름 전력수급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는 없다"며 "다만 여름철에 원전 중 4분의 1이 가동하지 못한 것은 운영 계획상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전의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정비 기간을 고의로 늘렸다는 의혹까지 제기했지만, 산업부는 "원전 정비와 가동은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어서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탈원전 정책의 속도 조절론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급 대응을 위해 결국 원전에 손을 뻗으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결과적으로 원전이 구원투수로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며 "시간적 여유를 두고 원전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지 진지하게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결국 원전에 의지" 비판…탈원전 정책 속도 조절론 힘 실릴 듯 올여름 예비 전력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고됐던 7월 넷째 주가 지나면서 전력당국이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휴가철이 끝나고 막판 무더위가 찾아오는 8월 중순 전력 피크(최대부하) 시기가 아직 남았으나 일단 첫 고비는 넘긴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기후 위기에 따른 이상고온으로 전력수급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안정적 공급원인 원전을 줄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 7월 넷째 주 전력수급 '안정적'…첫 고비 넘겨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평일(19∼23일) 전력공급 예비력은 10GW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전력 예비율은 11.1∼16.8%를 기록했다.
예비력은 총 공급능력(정비·고장 발전기 제외)에서 현재 사용 중인 전력을 제외한 것이며, 예비율은 예비력을 수요로 나눈 백분율이다.
전력당국은 예비력이 5.5GW 이상이면 정상 상태로 판단한다.
하지만 통상 발전기 고장이나 이상고온 등 돌발상황까지 대비하려면 예비력은 10GW, 예비율은 10%를 넘겨야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정부는 지난주에 전력 예비력이 가장 낮아져 4.0∼7.9GW(상한전망∼기준전망, 예비율 4.2∼8.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통 수급 실적은 기준전망과 상한전망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지난주 예비율은 6∼7%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훨씬 여유가 있었다.
이는 정부가 정비 등을 이유로 정지돼있던 원전 3기를 서둘러 가동해 전력공급 능력이 애초 계획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정지 상태이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를 지난주 차례로 재가동했다.
세 원전의 설비용량은 신월성 1호기 1GW, 신고리 4호기 1.4GW, 월성 3호기 0.7GW다.
21일부터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고리 4호기(0.95GW)를 제외하면, 지난주 원전의 전력공급 능력은 전주보다 2.15GW 늘었다.
전력수요 증가세도 예상보다 덜했다.
공공기관은 정부 요청에 따라 자발적으로 낮 시간대 냉방기 순차 운휴를 실시했다.
낮 시간대 맑은 날씨로 인해 자가용 옥상 태양광 등의 발전량이 많아 전체적인 전력 수요 증가가 제한되는 효과도 발생했다.
자가용 태양광 발전이 활발해지면,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를 적게 끌어 다 쓰기 때문에 중앙에서 관리하는 전력 수요가 최대 2∼3GW가량 줄어들게 된다.
전력공급에 여유가 생기면서 정부가 미리 확보했던 전력수요 의무감축(DR), 공공비상발전기 등 총 8.8GW의 추가 예비자원은 투입되지 않았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휴가철로 산업계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므로 당분간 전력수급 상황이 안정적일 것"이라며 "휴가철이 끝나는 8월 둘째 주에 전력 사용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있어 만반의 대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탈원전 탓 공방…"전력 불안 야기" vs "관계없어"
우려했던 '전력 대란'은 없었지만, 8년 만에 비상단계 발령 가능성이 거론되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원전을 무리하게 폐쇄하거나 억지로 가동을 멈춰 전력수급이 불안정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으로 전력 공급이 감소하지 않았으며, 전력 예비율이 낮아진 건 기온 상승과 산업생산 증가로 인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사라진 기존 원전은 월성 1호기뿐이다.
신고리 4호기가 가동을 시작하면서 원전 설비용량은 2017년 2.25GW에서 올해 2.33GW로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원전의 공급능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안전성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로 인해 원전의 신규 가동이 지연된 측면이 있다.
2015년 마련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으로는 현재 신한울 1·2호기(각각 1.4GW)와 신고리 5호기(1.4GW), 월성 1호기(0.68GW) 등 총 5GW 규모의 원전 4기가 추가로 가동 중이어야 한다.
조기 폐쇄가 결정돼 2017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빠진 월성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예정대로 운전을 시작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신한울 1호기는 안전 문제 등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 허가가 늦어져 내년에야 전력 공급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신한울 2호기도 운영 허가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신고리 5호기는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 과정 등을 거치면서 준공 예정일이 2024년으로 미뤄졌다.
올여름 가동을 멈춘 원전이 유독 많은 것은 사실이다.
총 24기의 가동 원전 중 정지 상태인 원전은 총 6기다.
4기(한울 3·4호기, 고리 3·4호기)는 계획예방정비 중이고 2기(한빛 4·5호기)는 결함으로 인해 멈춰 있다.
이로 인해 약 6GW의 발전량이 빠졌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탈원전 정책은 이미 운영 중인 원전을 없애는 것은 아니어서 올여름 전력수급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는 없다"며 "다만 여름철에 원전 중 4분의 1이 가동하지 못한 것은 운영 계획상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전의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정비 기간을 고의로 늘렸다는 의혹까지 제기했지만, 산업부는 "원전 정비와 가동은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어서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탈원전 정책의 속도 조절론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급 대응을 위해 결국 원전에 손을 뻗으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결과적으로 원전이 구원투수로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며 "시간적 여유를 두고 원전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지 진지하게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