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먼 부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제9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 모두발언에서 “역내 도전 과제는 한·미의 이익에 반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동 등이 포함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서는 중국이 민감해하는 동중국해·남중국해·대만해협 등 사안이 모두 거론됐는데, 이날도 주로 중국을 겨냥해 사용하는 ‘국제질서 훼손 우려’를 언급하며 대중 견제에 대한 논의를 시사한 것이다.
한·미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셔먼 부장관은 “양국은 공통의 안보 이해관계와 경제관계,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공통된 가치로 묶여있다”며 “무엇보다 지속되는 우정으로 묶여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을 앞세우는 ‘가치 외교’로 중국과 북한 등을 겨냥해왔다. 셔먼 부장관이 이날 한국과 가치를 공유한다고 강조한 것도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미·중 간 협력의 여지를 열어뒀다. 셔먼 부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며칠 후 톈진에서 가질 대화에서 중국과 북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은 분명 이에 대한 이해관계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취하고 있는 대북 제재와 중국이 북한에 보내는 여러 시그널과 영향력은 한·미 공동의 전략적 자산이기도 하다”며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늘 강조하고 있고 중국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2박 3일의 방한 일정을 마친 셔먼 부장관은 몽골을 거쳐 오는 25∼26일 중국 톈진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과 회담한다. 셔먼 부장관은 “(중국에서) 듣는 내용을 한국과 일본에게 우리의 계속되는 협의 과정에서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