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시대 '체험재'된 음악콘텐츠에 다시 소장가치"
K팝 팬덤문화와 결합할때 위력…무리한 수익화 경계 목소리도

듣는 음악에서 다시 '갖는' 음악으로?…NFT 뛰어드는 K팝
최근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가 K팝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K팝에 새로운 문화를 가지고 올지 주목된다.

최근 대중음악계에선 NFT와 음악의 접목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가수 세븐은 2년 5개월 만의 신곡 '모나리자'의 한국어 가사와 영어 가사 버전을 각각 NFT로 발매했고, 밴드 이날치도 히트곡 '범 내려온다'를 NFT로 선보였다.

아이돌 산업도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은 JYP엔터테인먼트가 이달 초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K팝 NFT 플랫폼 사업을 위한 업무 제휴를 맺은 것이다.

국내 대형 가요 기획사가 NFT 사업에 공식 진출한 것은 JYP가 처음이다.

JYP 최대주주인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 2.5%를 두나무에 매각하기도 했다.

NFT 도입 움직임은 팝 음악계에서도 이미 활발하다.

MRC 데이터가 지난 13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 음악시장 상반기 보고서는 "NFT는 아티스트들이 음악과 아트워크를 유통하는 새로운 수익원이 됐다"고 언급했다.

듣는 음악에서 다시 '갖는' 음악으로?…NFT 뛰어드는 K팝
팝스타 위켄드는 음악과 아트워크 등을 NFT 형태로 경매해 22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록밴드 뮤즈의 프런트맨 매튜 벨라미는 전설적 뮤지션 제프 버클리의 기타로 녹음한 곡을 비롯해 신작 미니앨범(EP)의 3개 트랙을 최근 NFT로 발매했다.

이처럼 음악산업계가 NFT에 주목하는 것은 스트리밍 시대 개별 콘텐츠로서 가치가 떨어졌던 음악을 다시금 희소성을 지닌 '자산'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CD 등 실물 음반을 사서 음악을 듣던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이 보편화하면서 음악은 '갖는'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공유하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NFT는 특정인이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을 소유한다는 개념을 가능케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특정 디지털 콘텐츠에 복제가 불가능한 고유의 인식 값을 부여하고 소유권 정보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 사무총장은 이달 초 유튜브에서 "음악이란 콘텐츠는 놀이공원의 놀이기구처럼 체험하는 '체험재'가 됐다"고 진단하면서 "이렇게 체험재로밖에 남을 수 없었던 디지털 콘텐츠를 NFT는 소장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강력한 팬덤이 발달한 K팝 아이돌 산업은 이런 NFT의 특징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K팝 특유의 팬덤 문화는 실물 CD가 음악 청취 수단이 아닌 '소장용'으로 불티나게 팔리며 드문 활황을 누리는 데서도 드러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 팬들은) 자신이 선망하는 스타들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비교적 강하다"며 "현재 K팝 지지층들이 모바일 문화에 굉장히 강하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K팝이 세계적으로 음악의 주류로 성장하면서 팬덤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다"며 "가속하는 팬덤의 깊이와 넓이가 NFT를 통해 더욱 확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NFT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에 이론적으로는 한계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포토카드 등 초상권 관련 콘텐츠, 나아가 스타의 각종 기록과 흔적도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NFT에 대해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서 아티스트의 가치를 평가해 주는 단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확장 가능성이 무한할수록 무리한 수익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스타의 사생활 침해, 초상권을 둘러싼 문제 등 앞으로 파생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요계 관계자는 "구매자들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평가해줄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방향성이 중요하다"며 "기존 팬 정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사업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광호 사무총장은 "기술적으로는 자산화가 가능하더라도 도의적으로 대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저항선이 어디까지인지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김헌식 평론가도 "기준점을 마련하고 팬들도 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