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노사 간에 핵심 모델인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의 유럽 수출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를 계기로 현재 교착 상태인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으로 19일과 20일 이틀간 부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등이 잇따라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감산해 왔지만, 르노삼성차가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문을 닫는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그룹의 적극적인 반도체 부품 공급 지원으로 상반기에는 차질 없이 차량 생산이 가능했으나 세계적인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 상황이 장기화하며 불가피하게 셧다운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 중인 르노삼성차는 현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XM3의 유럽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XM3 수출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XM3는 앞서 3월 프랑스 등 4개 국가에 사전 출시돼 3개월간 유럽 사전 판매 목표였던 7천250대를 넘어섰으며, 지난달부터는 본격적으로 유럽 28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르노그룹이 16일 발표한 상반기 판매 실적에 따르면 XM3는 4개월 동안 약 2만대가 판매됐다.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진 6월 한달 동안 최소 1만대가 팔린 셈이다.
XM3는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판매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르노삼성차 안팎에서는 XM3가 유럽 출시 초반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면서 XM3 생산 물량이 과거 르노삼성차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닛산 로그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닛산 로그 수출 물량은 연간 10만∼13만대에 달했으나 작년 3월 위탁 생산이 종료되며 르노삼성차는 '수출 절벽'에 직면했고 작년 70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문제는 노조와의 갈등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작년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 5월 노조가 회사의 기본급 2년 동결 요구에 반발해 총파업에 나서자 회사가 직장폐쇄로 맞불을 놓으며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지난달 XM3 수출 물량 확보가 시급해진 사측이 직장폐쇄를 풀고 근무 체제를 주·야간 2교대 근무로 원상 복귀한 데다 노조 역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느라 파업을 중단하면서 노사간 교섭 재개 분위기는 무르익은 상태다.
특히 XM3 수출 호조 분위기를 이어가고 부산공장 생산 가동률을 높이려면 하반기에 추가적인 생산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는 노사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산공장의 가동이 재개되는 21일부터 노사간 임단협 교섭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차가 하반기 XM3 유럽 수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임단협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도 앞서 지난달 XM3 출시 미디어 간담회에서 "(XM3)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고 부산 공장의 미래를 지켜나가려면 임단협은 중요한 이슈"라며 "평화롭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노사 관계가 정립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사간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8월 초로 예정된 여름 휴가 전에 임단협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조원은 "1년 넘게 진행된 임단협 장기화로 피로도가 높은 상황인데다 노조원 다수는 여름 휴가 전 협상 타결을 통해 수백만원의 일시금·격려금을 수령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