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노바이러스, 오래가는 조직 세포에 'T세포 훈련장' 조성
폐 등의 간질세포에 '항원 저장고'도…저널 '네이처 이뮤놀로지' 논문

주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유형 가운데 하나인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이 왕성한 장기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신의 벡터(vecctor·매개체)인 아데노바이러스가, 방어 효능이 강하고 오래가는 킬러 T세포를 다량 생성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과학자들은 아데노바이러스가 '오래가는(long-lived)' 조직의 '섬유아세포성 망상 세포(fibroblastic reticular cells)'에 쉽게 들어간다는 걸 동물 실험에서 관찰됐다.

그렇게 되면 이들 세포는 잘 조직된 클러스터(세포 무리)로 변해 킬러 T세포의 '훈련 캠프' 같은 역할을 했다.

T세포는 항원을 식별해 직접 파괴하는 킬러 T세포와 외부 항원의 침입을 B세포에 알리는 '헬퍼 T세포(helper T cells)'로 나뉜다.

킬러 T세포는 혈액과 림프를 타고 몸 안을 돌다가 외부 침입자의 단백질 펩타이드(항원)를 발견하면 즉각 전시 체제로 돌입한다.

킬러 T세포가 증식해 생긴 딸세포 중 일부는 '기억 T세포'로서 수십 년 동안 살아남아 면역 기억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스위스 생갈 주립병원(Cantonal Hospital St.Gallen) 과학자들이 공동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이뮤놀로지(Nature Immun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또는 바이오 백신)은 목표 항원을 바이러스 운반체에 실어 전달한다.

지금까지 나온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은, 옥스퍼드대가 개발에 참여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외에 존슨 & 존슨(얀센 제약) 백신, 중국과 러시아 백신 등이 있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옥스퍼드대 의학과의 폴 클레너먼 위장병학 석좌교수는 "백신의 궁극적 목표는 항체와 T세포를 이용해 면역계의 장기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라면서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이) 킬러 T세포에 장기간 효과를 미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데노바이러스는 폐 등의 간질세포(stromal cell)를 표적으로 삼아 일종의 '항원 저장고(antigen depots)'를 만든다는 것도 새롭게 밝혀졌다.

그동안 간질세포는 기능 유지에 필요한 불활성 결합조직(inert scaffold) 세포로 알고 있었는데 면역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드러났다.

연구팀은 특히 간질세포의 '오래가는' 성질에 주목했다.

이런 세포에 '항원 저장고'가 생기면 항원이 면역계에 여러 차례 노출돼 효과적으로 면역 반응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방어 효능을 가진 T세포가 만들어지는 데도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또 간질세포가 스트레스 신호를 받으면, 통칭 '얼라민(alarmin)'으로 통하는 인터류킨 33(IL -33) 신호 인자를 분비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IL-33은 T세포 대사를 강하게 자극해, 힘센 T세포를 늘리고 방어 면역 반응을 강화한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생갈 주립병원 의학연구센터의 부르카르트 루데비히 소장(취리히대 교수 겸직)은 "아데노바이러스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과 공진화하면서 인간 면역계에 대해 많은 걸 학습했다"라면서 "가장 훌륭한 교사인 바이러스가, 킬러 T세포 반응을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을 인간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훈련 캠프를 거친 T세포는 장기 방어 면역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적합성(fitness)'을 갖춘 것으로 과학자들은 평가한다.

현재도 절실히 필요한 결핵, 에이즈, C형 간염, 암 등의 백신을 개발하는 데 이런 T세포 강화 메커니즘이 잘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연구팀은 코로나 변이와 같은 위험한 병원체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도 신속히 백신을 개발하는 체제를 갖추기 위해 후속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