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손기정 선생의 아들 "아버지는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원했다"
고(故) 손기정 선생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시상식에서 대왕참나무 묘목으로 가슴에 박힌 일장기를 가렸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영광스러운 순간에도, 손기정 선생은 고통을 느꼈다.

일본 강점기 한국인의 아픔도 그 장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로이터통신은 14일(한국시간)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미국 스프린터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의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드는) 세리머니는 흑인 인권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며 "그러나 손기정 선생의 '조용한 저항'은 한국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고 썼다.

이어 "한국에서 손기정 선생은 영웅으로 불리지만, 그를 아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일제 치하에서 어쩔 수 없이 일본 대표로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손기정 선생은 "고통스러웠던 순간"이라고 시상식을 떠올렸다.

이렇게 일제의 온갖 핍박에 시달리고도 손기정 선생은 '맹목적인 적개심'만큼은 경계했다.

故 손기정 선생의 아들 "아버지는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원했다"
손기정 선생의 아들 손정인 씨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한일 양국이 과거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반복하지 않으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손정인 씨는 "아버지는 '전쟁에서는 승자도 총을 맞으면 사망한다.

하지만 스포츠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친구도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고인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손정인 씨는 손기정 선생이 일본 마라토너 다나카 시게키가 1951년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했을 때, '아시아의 승리'라며 축하 메시지를 전한 사연도 공개했다.

손기정 선생은 2002년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개최할 때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반겼다.

이렇게 손기정 선생은 스포츠를 통한 반성, 화해, 평화를 기원했다.

그러나 아직 일본은 손기정 선생을 '일본 마라토너'로만 보려 한다.

손기성 선생의 평전을 쓴 데라시마 젠이치 메이지대학 명예교수는 "일본인들에게 손기정 선생은 매우 불편한 주제"라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해 3월에 연 도쿄올림픽 박물관에는 역대 일본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일본은 손기정 선생을 '일본인'처럼 소개했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일본 올림픽 박물관의 오류를 바로잡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