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공립, 개인미술관 다를바 없다" 계획 백지화 촉구
제천시 "초기 차별화 전략…추후 지역작가 작품 매입·전시"

독일에 거주하는 김영희 작가의 닥종이 공예작품을 테마로 한 충북 제천시립미술관 건립을 놓고 지역 미술계가 뒤늦게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제천시립미술관의 올바른 건립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종원)'는 14일 성명을 내 "공공성을 배제하고 한 작가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개인 작품을 매입해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라며 "무늬만 공립이지 내용은 개인미술관에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작품 테마' 제천시립미술관 건립…지역 미술계 반기
이들은 "제천시는 도심공동화 현상 해결, 지역경제 활성화 논리만 내세워 지역 미술인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거나 사업 과정을 공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왜곡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제천미술협회 회원(전체 62명) 54명이 개인 명의 미술관 건립에 반대했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어 "현대미술의 거장 이중섭 화가가 한국의 고흐로 즐겨 부른 김례호 선생, 제천에 서양화의 씨앗을 뿌린 윤석원 선생, 한지 작업의 창시자 최창홍 선생, 서양화 거장 안영목 선생 등 오늘날 제천 미술 역사를 만들어낸 많은 미술인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천시는 왜곡된 내용의 현 시립미술관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고, 미술관 진흥법 취지·목적에 맞게 시민과 관람객이 다양한 미술 세계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립미술관 건립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촉구했다.

제천시 관계자는 "공립미술관 개관 초기 차별성을 위해 김영희 작가 작품을 비중 있게 전시하고, 2∼3년 후부터는 지역 예술인들의 가치 있는 작품도 연차적으로 매입해 전시하는 것은 물론 지역 작가들의 창작 공간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시의원 간담회, 주민 설명회, 자문회의, 타당성 용역 등을 거치면서 시립미술관 건립사업에 지역사회의 호응이 커졌고, 시립미술관이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역량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시는 닥종이 미술품으로 큰 명성을 얻은 김 작가와 제천의 인연이 깊은 점에 주목해 시민 문화 향유권 증진, 관광객 유인,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김영희 작품 테마' 제천시립미술관 건립…지역 미술계 반기
김 작가는 제천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며,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71∼1977년 제천 송학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했다.

시는 총사업비 55억원을 들여 지상 4층(연면적 1천446㎡)의 옛 노인종합복지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이달 중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시는 시립미술관에 닥종이 인형, 조각품, 회화 등 김 작가의 작품 400점가량 전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