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세제 강화 vs 공급·세금·대출 규제 대폭 완화

여야 대권 후보 부동산 공약 '극과 극'…집값 어디로 튈까
부동산 시장이 가열되는 대통령 선거전의 태풍 속으로 빨려들 조짐이다.

여권 대선 예비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 공약은 대부분 나와 있고 야권 예비 주자들도 속속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을 보는 여야 후보들의 시각은 극과 극이다.

이는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정책의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 있음을 뜻한다.

◇ 공공성·세제 더 강화 vs 민간주도·규제 대폭 완화
여당 예비후보들은 대체로 토지 공개념과 세제 강화 등을 통한 불로소득 환수, 주택 공급의 공공성 강화를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택지소유상한법 제정안,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종합부동산세법 제·개정안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들고 나왔다.

택지소유상한법의 경우 개인의 택지 소유를 서울과 광역시의 경우 400평(법 시행전 5년 실거주시 600평)으로 한정하고, 법인의 택지 소유는 회사·기숙사·공장 목적 외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개발이익 환수나 종부세는 현행보다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를 통해 땅 투기를 차단하고, 늘어난 세금과 부담금을 국가 균형발전과 청년 주거복지 및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사용하면 계층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도 토지공개념에 바탕을 두지만 방식은 좀 다르다.

실거주하거나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부동산에 대한 세금 부담은 완화하되 그렇지 않은 비필수 부동산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국토보유세를 주창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에서 걷는 세금은 기본소득 재원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집주인이 살겠다고 하면 집을 내줘야 하는 임대차 3법의 예외 조항 때문에, 4년 계약갱신청구권이 오히려 임차인을 퇴거시키는 법으로 변질됐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야권 대권 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은 대부분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양도세와 보유세를 모두 없애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원 지사는 "내 집 마련을 탄압하고 모든 국민을 월세 임대주택에서 살라며 '월세 소작농'을 강요하는 잘못된 주택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00%도 줄 수 있다.

120%까지 주는 나라도 있다"고 해 획기적인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예고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을 제안했다.

홍준표 의원은 부동산 문제 근본은 자유시장에 맡기고, 재건축은 원하면 하게 해주자는 입장이다.

◇ 확실한 공감대는 공급 확대뿐
민주당 박용진 후보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여러 애를 썼지만, 시장의 신호를 무시하다가 정책적 실패를 봤다"면서 김포공항 부지를 스마트시티로 전환해 2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지사의 간판 주택 공급 공약은 기본주택이다.

이는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곳에 지어진 고품질의 아파트로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적정가격에 30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이다.

이 지사는 이를 위해 시중의 60% 정도 가격에 임대할 수 있는 공공 임대주택을 약 250만∼300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주택관리매입공사(가칭)를 설립해 국가가 주택 가격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관리한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집값이 내려가면 국가가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집값이 크게 오르면 매입한 주택을 시장에 풀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공급을 대폭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전 총리는 5년간 280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공급 확대로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세제나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민간개발 방식으로 수도권에 10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청년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차원의 수십만호 공급과는 별도다.

유 전 의원은 "사회주의 주택공급 방식"인 현 정부의 공공주도 개발로는 공급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시장의 신뢰도 얻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정책 불확실성에 시장 불안 지속 전망
전문가들의 입장은 갈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권 대선 주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금까지 잘못됐다고 하면서도 공약을 보면 현 정부의 규제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러한 정책들이 국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 토지나 주택은 다주택자나 투기 세력이 시장을 장악해 호가를 올리고 시장을 왜곡해 실소유자들만 피해를 봤다"면서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토대 위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적 접근을 통한 시장 안정책을 쓰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공약이 맹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본부 본부장은 "전국 주택 2천200만채 가운데 900만채는 다주택자 소유"라며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이 가운데 해마다 100만∼ 200만채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3주택 이상자의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런 쪽의 구체적 공약이 없어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주택시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공급 부족 우려, 젊은층의 영끌 매수세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시장 불안은 가중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은 작은 정책 변화에도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대선일이 가까워지고 어느 후보가 가능성이 있는지 윤곽이 드러날수록 투자자들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실장도 "지금은 대권 레이스 초반이어서 예비후보들의 공약이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각 정당의 대선 주자들이 결정되면 이들의 공약이 거래의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