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늘자 위판 가격 떨어져…값싼 수꽃게 거래 늘어
서해 북단 연평어장의 올해 봄 어기(4∼6월)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30% 넘게 늘었는데도 어민 수입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꽃게 물량이 늘자 수협 경매를 통해 위판되는 가격이 내려간데다 값이 비싼 암꽃게에 비해 저렴한 수꽃게가 더 많이 거래됐기 때문이다.

12일 인천시 옹진군과 옹진수협에 따르면 올해 봄 어기 연평어장의 꽃게 어획량은 모두 20만9천㎏으로 지난해 15만5천㎏보다 35.2%나 늘었다.

이는 62만㎏의 꽃게가 잡힌 2017년 봄 어기 이후 최근 4년 중 가장 많은 어획량이다.

2018년과 2019년 봄 어기 어획량은 각각 19만2천㎏과 20만7천㎏이었다.

특히 금어기 직전인 지난달 어획량은 14만2천㎏으로 올해 봄 어기 전체 어획량의 7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지난해 같은 달 8만6천㎏과 비교해도 65%나 늘었다.

이런 추세가 올해 가을 어기(9∼11월)에도 이어지면 120만㎏의 꽃게가 잡힌 2016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100만㎏ 이상의 어획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맹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보통 섭씨 15∼23도가량인 봄 어기 연평어장의 수온이 올해는 평년보다 0.7∼0.8도가량 낮았는데도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많이 늘었다"며 "수온이 평년과 비슷했으면 더 많은 꽃게가 잡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어획량이 증가한 이유는 작년에 연평어장의 유생(어린 꽃게)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그 유생이 자라 이듬해에 많이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획량이 작년보다 크게 늘었는데도 어민 수입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봄 어기 어민 수입인 어획고는 47억9천만원으로 지난해 49억8천만원보다 4%가량 감소했다.

4월과 6월 어획고는 각각 4억3천만원과 27억2천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2%와 55% 늘었지만, 5월에 16억3천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5%나 줄어든 영향이 컸다.

올해 5월 인천 옹진수협에서는 암꽃게의 경우 1㎏당 최고 4만3천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최고 거래가인 4만7천원보다 4천원이나 떨어진 가격이다.

4만원 이상 거래는 5월 1일과 7일 단 이틀뿐이었고, 대부분 3만원대 중반에 가격이 형성됐다.

옹진수협 관계자는 "보통 꽃게 어획량이 늘면 경매가격이 내려가고 음식점의 꽃게탕 가격도 다소 저렴해진다"며 "올해는 3만∼4만원 하는 암꽃게보다 1만∼2만원인 수꽃게가 더 많이 거래돼 어획량에 비해 어획고도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평도에서 꽃게 조업을 하는 어민들은 최근 몇 년간 봄 어기는 항상 적자를 봤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외국인 선원 구인난까지 겹쳐 손해가 더 컸다고 토로했다.

어선 2척을 운영하는 연평도 어민 이모(66)씨는 "봄 어기에 2억∼3억원씩 적자를 보고 가을 어기에 손해를 메꾸는 게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농사짓는 땅을 묵히면 썩듯이 봄 어기에 적자를 볼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조업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선원에게는 월급으로 400만∼500만원을 줘야 하지만 베트남 선원을 고용하면 절반도 안 든다"며 "어선 2척이면 선원만 10명이 넘는데 코로나19로 올해 봄에는 외국인 선원을 구하지 못해 인건비까지 크게 늘었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