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경과' 실수 치부한 검찰 관행에 제동 효과"
공수처, 소액사기 공소시효 뭉갠 검사 수사…6호 사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6호 사건'으로 소액사기 범죄의 공소시효를 뭉갠 평검사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경중을 떠나 공소시효 경과가 피의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임에도 그동안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검사가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았던 만큼, 공수처 수사로 관행이 바뀔지 주목된다.

◇ 소액사기 사건 방치…피의자에 면죄부 준 검사
1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고소장 등을 종합하면 공수처는 '2021 공제 6호' 사건으로 광주지검 해남지청 장모 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달 1일 입건·수사하고 있다.

장 검사는 지난해 12월 전주지검에 재직하면서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소액사기 사건의 공소시효를 넘겨 피의자를 '공소권 없음'으로 무혐의 처분한 혐의를 받는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빌려준 돈 200만원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B씨를 사기 혐의로 처벌해 달라고 수사기관에 요청했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A씨와 B씨를 대질조사한 뒤 B씨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고 같은 해 9월 사건을 전주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문제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난해 12월 3월 만료된다는 점이었다.

A씨는 고소장에 이를 강조하고 신속한 수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임검사인 장 검사는 송치 후 3개월 동안 사건 처리를 하지 않아 결국 공소시효가 지났다.

게다가 장 검사는 이미 공소시효가 2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인 올해 1월 21일 A씨를 불러 피해자 보충 진술조서를 받았다.

A씨는 당시 공소시효가 지나 B씨에게 면죄부가 부여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기망하거나 농락한 것"이라며 "단순한 오인 실수가 아닌 다분히 고의성을 가지고 행한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최근 A씨를 불러 고소인 조사도 마무리했다.

공수처, 소액사기 공소시효 뭉갠 검사 수사…6호 사건
◇ 검찰 향한 '견제구'?…혐의 입증에는 시각 갈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평검사가 연루된 소액사건을 정식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을 놓고 검찰의 또 다른 '제 식구 감싸기'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수의 전·현직 검사들에 따르면 공소시효 경과는 수사 과정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사건이 몰리면 A씨 사건처럼 소액인 경우 실수로 놓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에 어렵게 고소한 사건에 '실수'로 처벌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을 납득할 피해자는 아무도 없다.

검찰은 여전히 일반인 사기 사건의 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그동안 공소시효를 넘긴 검사를 징계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최근 5년간 법무부가 공시한 검사 징계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검사는 단 1명도 없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그동안 검찰이 가볍게 넘긴 공소시효 경과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검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사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다른 수사의 속도를 고려하면 공수처가 장 검사를 재판에 넘긴다면 '공수처 1호 기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법원에서 유죄를 받을 수 있을지는 시각이 갈린다.

이 교수는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고소 사건을 3개월 이내에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공소시효가 임박했다고 고소인이 밝힌 만큼 불가피한 상황이 없다면 주의의무를 못 한 상황이라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법무법인 동인 조주태 변호사는 "직무유기는 고의성이 있어야 성립하는데 깜빡 놓쳤다면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검사가 고소인에게 적의를 품어 일부러 시효를 넘겼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공수처, 소액사기 공소시효 뭉갠 검사 수사…6호 사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