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올림픽 유치 때 "오염수 영향 통제"…현실과 동떨어진 발언
감염 확산 불안감 고조하는데 스가 "'안전·안심' 대회" 되풀이
[톡톡일본] '코로나 이긴 증거' 김칫국 마시더니 '무관중 항복'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면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발적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찍부터 있었다.

관측은 어긋났다.

올림픽으로 감염이 확산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폭발적 확산 시점에 관한 예상이 빗나갔다는 의미다.

강행하기도 전에 폭발적 감염이 벌어졌다.

올림픽 개막식은 이달 2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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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인구 10만 명당 최근 1주일 신규 확진자 수를 감염 확산 속도를 판단하는 지표로 삼는다.

10만 명당 신규 확진자가 25명 이상이면 '감염 폭발(4단계)'로 분류한다.

개최지 도쿄의 경우 9일까지 일주일 동안 확진자 4천807명이 발생했다.

10만 명당 34.4명을 기록해 4단계 수준을 훌쩍 넘었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전체 기간을 포함하는 이달 12일∼다음 달 22일까지 6주 동안 도쿄에 긴급사태를 발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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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데 일본 정치 지도자는 현실과 괴리된 담론을 되풀이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수도권에서 열리는 경기는 무관중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다음 날인 9일 기자들과 만나 "'안전·안심' 대회를 실현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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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은 코로나19에 국내적으로 대응하기에도 벅차 보인다.

그런데도 국제 행사인 올림픽을 안전하게 개최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확진자 추세 전망 등을 보면 이번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은 '안전·안심' 대회라기보다는 '위태로운 대회'라고 불러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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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관한 비현실적인 발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의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8년 전에도 의문을 낳는 발언이 있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는 2013년 9월 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오염수 영향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항만 내 0.3㎢ 범위내에서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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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올림픽 유치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같이 주장하며 일본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국가 행정 수반의 발언이라는 무게감이 우려를 누르고 일본이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도쿄 올림픽 개최 결정 전후에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유치위원회의 일을 맡아 본 업체가 IOC 위원의 아들 등에게 거액을 송금한 기록이 미국 당국 문서 등에서 확인됐으니 다른 변수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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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발언 사흘 뒤 도쿄전력 실무자는 기자를 포함한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항만 외부로) 유출된 삼중수소(트리튬)가 있다는 것은 이미 공표했다.

유출된 삼중수소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바다 등 외부로 유출되는 정황은 반복해 드러났다.

도쿄전력이 문제 상황을 적시에 공표하지 않아 은폐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올림픽과 관련한 아베의 허황된 발언은 이후에도 있었다.

그는 작년 3월 24일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발표하면서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서 완전한 형태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하기 위해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일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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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이라는 것이 관람객을 경기장에 통상적으로 입장시키고 경기 종목 등을 축소하지 않고 실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와 싸워 이긴 증거가 되기보다는 코로나19에 항복하기 직전까지 코너에 몰린 대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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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관한 지식·치료법·백신 등 제반 상황에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올림픽 연기를 결정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다.

작년에 올림픽 연기를 결정하기 전날까지 일주일간 일본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40명 수준이었다.

반면 일본 수도권에서 무관중 경기를 하기로 결정하기 전날인 이달 7일까지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확진자는 1천683명 선이었다.

수도권에서 열리는 주요 경기는 무관중 실시가 결정됐고 대회를 위해 입국한 외국 대표팀에서 확진자도 나오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위협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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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요 정치인은 방역 실패를 인정하는 것에는 인색하고 올림픽을 하겠다는 의지만 강조한다.

이들은 올림픽을 정국을 주도하는 기회로 삼고 싶어하지만 유권자들은 올림픽을 통해 정치에 대한 불신을 재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