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주 투자는 어렵다. 투자자들도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신약의 복잡한 원리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비이성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내는 증권사에 찾아가고, 공매도 폐지 운동에 나서기도 한다. 그래서 “국내 바이오 투자는 과학과 종교의 경계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강성주주들 때문이다. 바이오주에는 강성주주가 많다.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공매도와의 전쟁을 가장 먼저 시작한 셀트리온 주주들은 회사에 대한 믿음으로 뭉쳐 있다. 경쟁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들과 설전을 벌이고, 부정적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면 애널리스트에게 항의도 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신흥 종교’가 많이 등장했다. 소액주주 비율이 71.87%에 달하는 씨젠은 제2의 셀트리온으로 불린다. 공매도 폐지 운동을 이끄는 것도 이들이다. 지난 5월부터 씨젠 주식을 사 모으자는 취지의 ‘씨젠스톱(씨젠+게임스톱)’ 운동도 하고 있다. 셀트리온 주주와의 차이점은 회사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자아비판’도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에 강성주주가 많은 가장 큰 이유는 바이오주 투자는 믿음이 없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주는 대부분 적자인 데다 기술가치를 빼면 주가가 0원이 될 수도 있다”며 “바이오주 투자는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셀트리온의 경우 회사의 기적까지 더해졌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상황에서 셀트리온은 글로벌 바이오사로 발돋움했다. 종교처럼 기적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믿음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 주주들을 가리켜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씨젠도 2019년 200억원대 영업이익이 작년 6000억원대로 늘었다.

바이오주 강성주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 회사에 장기 투자하기 때문에 바이오주 성장의 밑거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공격적 성향 때문에 피해를 준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강성주주들의 항의에 못 이겨 애널리스트가 퇴사한 일이 있었다. 시가총액 2조원대의 한 바이오주 대표는 자택으로 찾아온 강성주주들로부터 협박을 받아 가족을 피신시키기도 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