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참사 한 달]① 난관 봉착 원인수사, 갓 걸음마 뗀 비위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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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책임자 규명 수사는 "마무리 단계"…재개발 비위 수사는 "이제 뛸 준비"
[※ 편집자 주 : 오는 9일이면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됩니다.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로 붕괴하고, 때마침 정류장에 멈춰 선 시내버스를 덮쳐 타고 있던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기막힌 우연'이 믿기 힘들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시점, 참사의 기억은 세간에서 희미해져 가지만 그동안 드러난 사실은 이번 참사가 '우연'이 아닌 '인재(人災)'임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습니다.
한 달 동안의 수사 성과와 과제, 참사 이후 재발 방지 노력 등을 되짚는 두 꼭지의 기사로 그날의 참사를 다시 기록하고자 합니다.
] 오는 9일은 지난달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한 달 동안 경찰은 원인·책임자 규명, 재개발 비위 등 2개 분야로 나눠 참사의 원인과 배경을 밝히는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22명을 입건해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이들은 3명을 구속했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참사의 배경이 된 이들에 대한 수사는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데에 반해 더디기만 하다.
◇ 원인·책임자 규명 '마무리 수순'…원인 통보 지연으로 일부 난관
참사 발생 직후부터 속도를 낸 원인·책임자 규명 수사는 현재 마무리 수순이다.
수사본부 강력범죄수사대는 현재까지 총 9명을 업무상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철거업체 관계자·작업자, 감리 등 총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은 무리한 철거, 불법 재하도급, 부실 감리와 감리 선정과정 청탁 등 책임자 규명 분야 핵심 혐의를 규명해 조기에 관련자 일부를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아있는 수사 분야는 이면계약 철거업체들의 공사 직접 관여 여부, 시공사의 책임성 규명 등이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 사실상 책임자 규명 수사 분야는 거의 끝나게 된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원인 분석 결과 통보가 지연되면서 수사는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원인에 대한 1차 분석 결과라도 나와야 과도한 살수 지시 등 시공사와 철거업체의 책임성을 입증할 수 있는데, 원인 분석 결과가 오는 20일께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돼 관련 수사 진행도 더뎌지고 있다.
수사본부는 국과수의 1차 원인 분석 결과를 통보받으면 원인·책임자 규명 분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참사 발생 한 달 시점에 할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도 미뤄졌다.
◇ 서서히 드러나는 재개발 사업 전반의 복마전…걸음마 떼고 이제 뛸 준비
재개발사업 전반에 대한 비위를 수사하는 분야는 이제 기초조사의 걸음마를 떼고 뛸 준비를 마쳤다.
수사본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현재까지 조합과 철거업체 관계자 등 15명(2명은 강력범죄수사대 입건자와 겹침)을 입건하고, 이 중 11명을 출국 금지했다.
수사대는 ▲ 철거 업체 선정과정 비위 ▲ 공사 전반에 걸쳐 불법하도급 여부 ▲ 공무원 개입, 관리·감독상 문제 등으로 나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철거업체 계약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일부 정황을 발견했고 석면 철거 감리의 부실 사실을 확인했지만, 수사 진척은 생각보다 더디다.
주요 피의자가 입건 전 해외 도피했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철거업체 관계자들의 증거인멸 사례도 나와 수사 방해 요인이 발생했다.
여기에 790여 건 압수품 분석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기초 수사하는 데에 거의 한 달을 모두 보냈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수사는 이제부터 본격화된다.
수사대는 비위 관련 유의미한 수사 결과를 도출, 이르면 다음 주께에는 입건자 중 신병 처리 대상을 일부 가려낼 전망이다.
관련 수사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추가로 각종 의혹이 쏟아진 분야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 "비위 정황 다수"…엄정 수사 요구 목소리 '봇물'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참사 장소인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이 비리의 온상이었다는 증언과 함께 엄정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광주 학동 붕괴 사고로 본 재건축·재개발 문제와 안전사회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공익제보자가 나서 "건축물 철거부터 기반시설 설치까지 갖은 계약 과정에서 조합이 공사비를 빼돌렸다"며 "조합장 일가의 비위도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는 비리로 얼룩진 재개발사업 자체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후려치기식 하도급 계약과 해체계획서를 따르지 않은 주먹구구식 철거, 시공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 선정 등이 근본적인 배경이라는 지적과 함께 뇌물로 얽힌 재개발 사업의 카르텔을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와 전남지역 시민사회와 노동단체도 이번 참사와 관련 "17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이번 참사는 비리의 종합세트로 인한 결과"라며 "불법 다단계 하도급, 허위 해체계획서, 수급업체 이면계약, 관리·감독 부재, 지분쪼개기, 인허가 비리, 업체선정 담합 등 총체적 의혹이 제기됐다"고 수사당국의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원인·책임자 규명 수사 분야는 거의 마무리 단계지만, 비위 관련 수사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사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만큼,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철저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편집자 주 : 오는 9일이면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됩니다.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로 붕괴하고, 때마침 정류장에 멈춰 선 시내버스를 덮쳐 타고 있던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기막힌 우연'이 믿기 힘들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시점, 참사의 기억은 세간에서 희미해져 가지만 그동안 드러난 사실은 이번 참사가 '우연'이 아닌 '인재(人災)'임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습니다.
한 달 동안의 수사 성과와 과제, 참사 이후 재발 방지 노력 등을 되짚는 두 꼭지의 기사로 그날의 참사를 다시 기록하고자 합니다.
] 오는 9일은 지난달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한 달 동안 경찰은 원인·책임자 규명, 재개발 비위 등 2개 분야로 나눠 참사의 원인과 배경을 밝히는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22명을 입건해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이들은 3명을 구속했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참사의 배경이 된 이들에 대한 수사는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데에 반해 더디기만 하다.
◇ 원인·책임자 규명 '마무리 수순'…원인 통보 지연으로 일부 난관
참사 발생 직후부터 속도를 낸 원인·책임자 규명 수사는 현재 마무리 수순이다.
수사본부 강력범죄수사대는 현재까지 총 9명을 업무상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철거업체 관계자·작업자, 감리 등 총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해체계획서를 준수하지 않은 무리한 철거, 불법 재하도급, 부실 감리와 감리 선정과정 청탁 등 책임자 규명 분야 핵심 혐의를 규명해 조기에 관련자 일부를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아있는 수사 분야는 이면계약 철거업체들의 공사 직접 관여 여부, 시공사의 책임성 규명 등이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 사실상 책임자 규명 수사 분야는 거의 끝나게 된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원인 분석 결과 통보가 지연되면서 수사는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원인에 대한 1차 분석 결과라도 나와야 과도한 살수 지시 등 시공사와 철거업체의 책임성을 입증할 수 있는데, 원인 분석 결과가 오는 20일께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돼 관련 수사 진행도 더뎌지고 있다.
수사본부는 국과수의 1차 원인 분석 결과를 통보받으면 원인·책임자 규명 분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참사 발생 한 달 시점에 할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도 미뤄졌다.
◇ 서서히 드러나는 재개발 사업 전반의 복마전…걸음마 떼고 이제 뛸 준비
재개발사업 전반에 대한 비위를 수사하는 분야는 이제 기초조사의 걸음마를 떼고 뛸 준비를 마쳤다.
수사본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현재까지 조합과 철거업체 관계자 등 15명(2명은 강력범죄수사대 입건자와 겹침)을 입건하고, 이 중 11명을 출국 금지했다.
수사대는 ▲ 철거 업체 선정과정 비위 ▲ 공사 전반에 걸쳐 불법하도급 여부 ▲ 공무원 개입, 관리·감독상 문제 등으로 나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철거업체 계약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일부 정황을 발견했고 석면 철거 감리의 부실 사실을 확인했지만, 수사 진척은 생각보다 더디다.
주요 피의자가 입건 전 해외 도피했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철거업체 관계자들의 증거인멸 사례도 나와 수사 방해 요인이 발생했다.
여기에 790여 건 압수품 분석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기초 수사하는 데에 거의 한 달을 모두 보냈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수사는 이제부터 본격화된다.
수사대는 비위 관련 유의미한 수사 결과를 도출, 이르면 다음 주께에는 입건자 중 신병 처리 대상을 일부 가려낼 전망이다.
관련 수사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추가로 각종 의혹이 쏟아진 분야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 "비위 정황 다수"…엄정 수사 요구 목소리 '봇물'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참사 장소인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이 비리의 온상이었다는 증언과 함께 엄정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광주 학동 붕괴 사고로 본 재건축·재개발 문제와 안전사회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공익제보자가 나서 "건축물 철거부터 기반시설 설치까지 갖은 계약 과정에서 조합이 공사비를 빼돌렸다"며 "조합장 일가의 비위도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는 비리로 얼룩진 재개발사업 자체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후려치기식 하도급 계약과 해체계획서를 따르지 않은 주먹구구식 철거, 시공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 선정 등이 근본적인 배경이라는 지적과 함께 뇌물로 얽힌 재개발 사업의 카르텔을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와 전남지역 시민사회와 노동단체도 이번 참사와 관련 "17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이번 참사는 비리의 종합세트로 인한 결과"라며 "불법 다단계 하도급, 허위 해체계획서, 수급업체 이면계약, 관리·감독 부재, 지분쪼개기, 인허가 비리, 업체선정 담합 등 총체적 의혹이 제기됐다"고 수사당국의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원인·책임자 규명 수사 분야는 거의 마무리 단계지만, 비위 관련 수사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사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만큼,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철저히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