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 정황' 원주민 어린이 집단무덤 후폭풍
영국여왕은 캐나다 국가원수이자 식민지배 잔재
캐나다에서 '원주민 인종청소'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영국 여왕의 동상을 끌어 내렸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방송에 따르면 전날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서는 원주민 인종청소 규탄 시위대가 주 의회 앞에 설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 동상을 쓰러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캐나다의 공식 국가수반이다.

영국 여왕이 명목적으로나마 국가수반을 맡는 것은 식민지배 잔재라는 지적이 있다.

시위대는 동상을 끌어 내리기 전 "제노사이드(인종청소)는 자랑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쓰러진 빅토리아 여왕 동상을 발로 차고 주변을 돌며 춤을 췄으며 동상과 기단에 붉은 페인트로 손자국을 남겼다고 한다.

영국 정부는 대변인 명의로 동상 훼손을 비판했다.

대변인은 "(옛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아동유해가 발굴된) 비극엔 유감이다"라면서도 "여왕의 동상을 훼손한 점은 명백히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캐나다에선 가톨릭교회가 운영한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어린이 유해가 수백구씩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1912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원주민 어린이 훈육과정을 운영했다.

건국기념일인 전날 캐나다 곳곳에선 기념행사 대신 인종청소 피해 원주민 어린이들을 애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앞서 2015년 캐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6년간 조사 끝에 원주민 기숙학교 학생 4천100명이 영양실조와 질병, 학대 등에 숨졌다면서 정부가 '문화적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고 결론내렸다.

이후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공식 사과했다.

캐나다에선 교황도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2월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을 만날 예정이라서 이 자리에서 사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