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둘러싼 국론분열 양상…찬·반 맞불시위에 지상 논전도
방역대책 강화로 '일본의, 일본만을 위한 올림픽'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열릴 예정인 올여름 도쿄올림픽이 일본 사회에 상당한 '부(負)의 유산'을 남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대회를 통해 일본이 얻을 것이라고는 국제사회에 공언한 올림픽 개최 약속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미증유의 악조건 속에서 지켰다는 정도라는 인색한 평가도 나온다.

그 반면에 잃을 것은 적잖게 거론되는데, 먼저 꼽히는 것이 일본 국민 사이의 '분단'(分斷)이다.

[특파원 시선] 도쿄올림픽 '일본 이기주의' 이미지 부각하나
일본 정부는 작년 초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자 대회 개막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간의 합의 형식으로 1년 연기를 전격 결정했다.

하지만 그 후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면서 대회 개최의 찬반을 놓고 국론 분열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올림픽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킬 것을 우려해 '생명이 우선'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취소를 주장하는 편에 서고, 1964년 제18회 하계대회에 이어 57년 만의 제32회 도쿄올림픽을 성사시켜 국가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찬성파를 이루고 있다.

반대파는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신주쿠(新宿) 국립경기장 주변이나 대회 조직위원회 건물 앞 등에서 취소 촉구 시위를 이어가고 있고, 찬성파도 간간이 맞불 시위에 나서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지상(紙上)에서도 거의 매일같이 펼쳐지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진보 성향의 신문들은 사설 등으로 올림픽 취소를 촉구하는가 하면, 대표적인 우익 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은 올림픽 취소 주장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비판하면서 개최 강행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파원 시선] 도쿄올림픽 '일본 이기주의' 이미지 부각하나
올림픽 개최 문제를 놓고 갈라진 국론으로 일본인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다.

한 20대 일본인 남성은 최근 미용실에 갔는데 그곳 직원이 자신은 올림픽 개최에 찬성한다고 말을 걸어와 "저는 반대예요"라고 불쑥 말했다가 갑자기 어색해진 분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사례가 가정과 직장 등 일본 사회 곳곳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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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올림픽이 가장 불공정한 대회로 전락해 일본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이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도쿄올림픽 유치전을 펼칠 때 손님 환대 문화로 세계에 소개하고 실천을 약속했던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가 빈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코로나19를 앞세워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가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방역 강화 대책이 문제로 거론된다.

반복되는 검사와 행동을 제약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방역 강화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선수들에게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경기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불만이 고조하고 있다.

인도 올림픽위원회는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델타 변이가 유행한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가 자국 선수단에 출국 전 7일간 매일 검사를 요구하고 일본 입국 후 3일간 격리키로 하는 등 행동 규제를 한층 강화키로 한 것이 '불공평한 차별'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델타 변이가 이미 세계 80여 개국에서 확인된 마당에 자국 선수들을 델타 변이의 전파자인 것처럼 보지 말아 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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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 정부는 사전 합숙 훈련을 위해 지난달 입국한 우간다 선수단에서 2명의 확진자가 간격을 두고 나온 것을 계기로 방역 대책의 허술함을 비판하는 지적이 잇따르자 방역 대책의 수위를 더 높였다.

선수단 일행 중에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코치를 포함한 선수단 전원을 호텔 개인실 등에 격리하고 밀접 접촉자가 아닌 사실이 확인되고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아예 훈련조차 못 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일본의 인상을 나쁘게 할 수 있는 과잉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일본 정부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귀담아 듣지않고 있다.

올림픽 개최 반대론을 무마하는 데 급급하며 오로지 대회 개최를 실현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보기 때문이다.

[특파원 시선] 도쿄올림픽 '일본 이기주의' 이미지 부각하나
이런 가운데 엄격한 방역 대책으로 홈그라운드 이점이 커져 일본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직전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보다 18개 많은 30개의 금메달을 획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미국의 스포츠 데이터 분석업체인 '그레이스 노트'는 올 4월 도쿄올림픽을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대회로 규정하면서 주최국인 일본이 미국(43개), 중국(38개)에 이어 3위(금메달 기준)를 차지하면서 34개의 금메달을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33개 정식 종목에 걸린 금메달(339개)의 10% 이상을 휩쓴다는 분석이다.

이 예측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하니 어쩌면 이번 도쿄올림픽이 더 많은 금메달을 일본에 안길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올림픽 개최 반대론을 펴온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1일 지면을 통해 일본 측에 던진 일갈이 눈에 띄었다.

"JOC 안에서도 '일본이 자국만 생각한다'고 세계가 보지 않도록 하려면 JOC 회장이 더 적극적으로 공평성 문제를 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 올림픽은)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대회가 될 수 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