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허락했어요!' 늦어버린 전화…어려웠던 김학범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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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명단 발표 전날 저녁에야 연락…새벽까지 고민
김학범 "51경기 3천996분 뛴 손흥민, 부상 우려 높다고 판단" 손흥민(토트넘)은 2020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를 드러냈지만,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그를 발탁할 수 없었다.
김학범 감독이 도쿄올림픽 최종명단을 발표하면서 24세를 넘는 '와일드카드' 3명으로 누구를 선택할지는 축구계 최대 관심사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김 감독과 금메달을 합작한 손흥민과 황의조(보르도)를 다시 부르는 건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였다.
이미 병역 특례혜택을 받은 이들이 소속팀으로부터 차출 허락을 받아내 다시 메달 도전에 나서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황의조가 재정난에 빠진 소속팀을 일찌감치 설득해 김 감독에게 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손-황' 듀오가 다시 뭉칠 가능성이 커졌다.
김 감독은 손흥민에게도 올림픽 대표팀 합류가 가능한지 물었다.
손흥민 측도 토트넘 설득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지난 5월 24일 제주 전지훈련과 6월 가나와의 평가전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손흥민의 합류 가능성을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김 감독은 "(손흥민이 올림픽에 나설) 의지는 있다"면서 "그러나 유럽 구단들은 선수를 '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의지만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 달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
최종 명단 발표를 코앞에 둔 김 감독은 황의조와 센터백 김민재(베이징)에게 2장을 쓰기로 했다.
남은 1장을 두고는 고심을 이어갔다.
올림픽 대표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김 감독은 손흥민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자 권창훈(수원)을 마지막 와일드카드로 선택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으로부터 허락을 받아냈다는 연락이 김 감독에게 온 것은 최종 명단 발표 바로 전날인 29일 저녁이 다 돼서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손흥민도 정말 힘들게 토트넘을 설득했던 것 같다.
그래서 허락을 받는 데 오래 걸린 것 같다"고 전했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김 감독은, 결국 손흥민을 뽑지 않는 결단을 내렸다.
손흥민을 뽑지 않는 것을 전제로 준비한 18명의 명단을 폐기하고 최종 명단 발표를 불과 수 시간 앞두고 처음부터 다시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우면서, 위험한 일이었다.
특히 올림픽은 다른 국제대회보다 짧은 기간에 많은 경기를, 더 적은 선수들로 치르기 때문에 명단을 짤 때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손흥민을 제외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축구의 '보물'인 그를 아껴야 한다는 지도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2일 첫 소집훈련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손흥민을 뽑지 않은 이유를 약 5분에 걸쳐 길게 설명했다.
김 감독은 손흥민이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뛴 경기 수(51경기)는 물론, 몇 분(3천996분)을 뛰었는지,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시점(3, 28라운드)은 언제인지도 꿰고 있었다.
김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훈련 과정과 스케줄, 도쿄에서의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혹사'를 시켜야 할 상황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면서 "손흥민처럼 스프린트를 주로 하는 선수는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올림픽을 뛸 경우) 부상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을 뽑는 것은 나에게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런데도 뽑지 않은 이유는 손흥민은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책임질 수 있는 것만 책임지고 싶다"고도 했다.
손흥민을 뽑지 않고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못 내면, 이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겠지만, 손흥민을 뽑았다가 그가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이라도 입으면, 그 여파는 김 감독이 책임질 수가 없다는 얘기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22명의 대회 엔트리 중 와일드카드를 총 3장까지만 허용하기로 2일 결정했다고 밝혔다.
18명이었던 대회 엔트리가 22명으로 늘어나면서, 18명으로 구성해야 하는 '경기 엔트리'에만 와일드카드 선수를 3명 이하로 넣으면, 22명의 전체 엔트리에는 와일드카드 선수를 4명 이상 올려도 되는 것으로 규정이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도 4명의 추가 명단을 발표할 때 손흥민 등 와일드카드 선수를 추가로 뽑는 게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일본 대표팀이 4명의 추가 명단에 24세 초과 선수를 넣으려 했다가, FIFA의 이번 결정으로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김학범 "51경기 3천996분 뛴 손흥민, 부상 우려 높다고 판단" 손흥민(토트넘)은 2020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를 드러냈지만,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그를 발탁할 수 없었다.
김학범 감독이 도쿄올림픽 최종명단을 발표하면서 24세를 넘는 '와일드카드' 3명으로 누구를 선택할지는 축구계 최대 관심사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김 감독과 금메달을 합작한 손흥민과 황의조(보르도)를 다시 부르는 건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였다.
이미 병역 특례혜택을 받은 이들이 소속팀으로부터 차출 허락을 받아내 다시 메달 도전에 나서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황의조가 재정난에 빠진 소속팀을 일찌감치 설득해 김 감독에게 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손-황' 듀오가 다시 뭉칠 가능성이 커졌다.
김 감독은 손흥민에게도 올림픽 대표팀 합류가 가능한지 물었다.
손흥민 측도 토트넘 설득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지난 5월 24일 제주 전지훈련과 6월 가나와의 평가전에 나설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손흥민의 합류 가능성을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김 감독은 "(손흥민이 올림픽에 나설) 의지는 있다"면서 "그러나 유럽 구단들은 선수를 '재산'으로 보기 때문에 의지만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 달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
최종 명단 발표를 코앞에 둔 김 감독은 황의조와 센터백 김민재(베이징)에게 2장을 쓰기로 했다.
남은 1장을 두고는 고심을 이어갔다.
올림픽 대표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김 감독은 손흥민으로부터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자 권창훈(수원)을 마지막 와일드카드로 선택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으로부터 허락을 받아냈다는 연락이 김 감독에게 온 것은 최종 명단 발표 바로 전날인 29일 저녁이 다 돼서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손흥민도 정말 힘들게 토트넘을 설득했던 것 같다.
그래서 허락을 받는 데 오래 걸린 것 같다"고 전했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김 감독은, 결국 손흥민을 뽑지 않는 결단을 내렸다.
손흥민을 뽑지 않는 것을 전제로 준비한 18명의 명단을 폐기하고 최종 명단 발표를 불과 수 시간 앞두고 처음부터 다시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우면서, 위험한 일이었다.
특히 올림픽은 다른 국제대회보다 짧은 기간에 많은 경기를, 더 적은 선수들로 치르기 때문에 명단을 짤 때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손흥민을 제외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축구의 '보물'인 그를 아껴야 한다는 지도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2일 첫 소집훈련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손흥민을 뽑지 않은 이유를 약 5분에 걸쳐 길게 설명했다.
김 감독은 손흥민이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뛴 경기 수(51경기)는 물론, 몇 분(3천996분)을 뛰었는지,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시점(3, 28라운드)은 언제인지도 꿰고 있었다.
김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훈련 과정과 스케줄, 도쿄에서의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혹사'를 시켜야 할 상황들이 많이 생길 것"이라면서 "손흥민처럼 스프린트를 주로 하는 선수는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올림픽을 뛸 경우) 부상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을 뽑는 것은 나에게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런데도 뽑지 않은 이유는 손흥민은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책임질 수 있는 것만 책임지고 싶다"고도 했다.
손흥민을 뽑지 않고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못 내면, 이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겠지만, 손흥민을 뽑았다가 그가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이라도 입으면, 그 여파는 김 감독이 책임질 수가 없다는 얘기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22명의 대회 엔트리 중 와일드카드를 총 3장까지만 허용하기로 2일 결정했다고 밝혔다.
18명이었던 대회 엔트리가 22명으로 늘어나면서, 18명으로 구성해야 하는 '경기 엔트리'에만 와일드카드 선수를 3명 이하로 넣으면, 22명의 전체 엔트리에는 와일드카드 선수를 4명 이상 올려도 되는 것으로 규정이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도 4명의 추가 명단을 발표할 때 손흥민 등 와일드카드 선수를 추가로 뽑는 게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일본 대표팀이 4명의 추가 명단에 24세 초과 선수를 넣으려 했다가, FIFA의 이번 결정으로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