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2주 전 자해 알고도 조치 안 해" 학교 측 직무유기 주장
"사건 나면 덮으려고만 해" 지적…"학교폭력 조사해달라" 신고
"나 안 괜찮아, 도와줘" 극단 선택 고교생의 보내지 못한 쪽지
"하늘만 보면 눈물만 나와서 올려다보지도 못하겠어…내가 괜찮은척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아마도 나 안 괜찮아, 도와줘."
최근 강원도 내 한 고등학교 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A군의 '보내지 못한 쪽지'가 유족에 의해 공개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A군의 부모는 2일 연합뉴스와 만나 "분명히 막을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며 A군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학교 측의 직무유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A군의 부모에 따르면 전교생이 기숙 생활을 하는 고교에 진학한 A군은 지난달 초 친구 사이에 생긴 오해로 인해 사이가 틀어지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해로 비롯된 나쁜 소문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혼자가 되어간 A군은 말 못 할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그때부터 주변에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심지어 사건이 발생하기 약 2주 전에는 자해했다.

A군의 부모는 "자해한 아이를 발견한 학교 선배가 한 선생님에게 자해 사실을 알렸으나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극단적 선택을 막을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좁은 학교에서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는데 학교 측은 왜 이상 신호를 몰랐을까"라며 "선생님이든, 기숙사 관리자든 아이와 상담을 하고 부모에게 통지를 해줬어야 했는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 안 괜찮아, 도와줘" 극단 선택 고교생의 보내지 못한 쪽지
사건 당일에는 어머니에게 연락하려고 핸드폰을 사용하다가 뺏기는 등 나쁜 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더는 심리적으로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A군의 부모는 설명했다.

실제로 A군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부모에게 보낸 긴 메시지에서 성적보다 학교생활이 더 힘들었다며, 그간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또 A군의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A군이 누군가에게 보내려 했던 쪽지에는 소문 등으로 인해 힘겨운 심정을 고백하며 도와달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A군의 부모는 "아이를 포함해 올해만 학교에서 자해한 아이가 여러 명"이라며 "크고 작은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나 폐쇄적이고 엄격한 분위기 탓에 전학, 자퇴, 휴학하는 친구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A군의 부모는 "다시는 우리 아이처럼 목숨을 잃는 아이가 나오면 안 된다"며 "사건이 일어나면 덮으려고만 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고치려 하지 않는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학교 재학생들도 "학교에서 단순 성적·학업 스트레스로 쉽게 결정짓고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다"며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A군의 부모는 아이의 죽음과 관련해 의혹 없는 진실을 규명하고자 지난달 30일 학교 측에 해당 사건을 학교폭력 사안으로 신고했다.

해당 학교는 이를 정식으로 접수한 뒤 절차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신고가 이뤄진 만큼 면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