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이루는 꿈…'여성 우주여행' 비웃은 글렌 제치고 최고령 우주여행자 될듯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1등으로 통과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탈락했던 80대 미국인 여성이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 우주여행에 나선다.
베이조스가 소유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은 1일(현지시간) 여성이라서 우주비행사가 되지 못한 월리 펑크(82)가 이달 20일로 예정된 우주여행에 '명예 승객'으로 동행하게 됐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펑크는 이달 20일 서부 텍사스에서 발사될 블루오리진의 우주관광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11분간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로 여겨지는 고도 100㎞ 상공의 '카르만 라인'까지 갔다 오는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
못 이뤘던 우주비행의 꿈을 약 60년 만에 이루게 되는 셈이다.
펑크는 베이조스와 그의 남동생 마크 베이조스, 그리고 경매에서 2천800만달러(약 312억6천만원)를 내고 이번 우주여행 티켓을 낙찰받은 익명의 낙찰자 등 다른 3명과 동행한다.
펑크는 1960년대 초 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한 13명의 '머큐리 여성' 중 한 명이었지만 이들은 실제 우주에 가진 못했다.
NASA 우주비행단에 들지도 못했다.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이 시절 NASA 우주비행사는 전원이 남성 군인 시험 비행사들이었다.
펑크는 마침내 우주에 갈 기회를 얻게 돼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에서 "나는 여행의 모든 순간(every second)을 사랑할 것이다.
우후! 하하. 기다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펑크는 또 "그들은 '너는 여자잖아. 넌 그거 못해'라고 말했다.
나는 '그거 알아. 네가 뭐든 상관없어. 네가 그걸 하고 싶다면 여전히 할 수 있어. 나는 아무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 게 좋아'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펑크는 미국 최초의 유인위성 발사 계획인 '머큐리 계획'에 따라 1960년과 61년에 엄격한 신체 시험을 통과한 여성 파일럿 13명 중 한 명이었다.
미국은 소련이 여성을 우주로 보낼 계획이란 얘기를 듣고 24명의 여성 파일럿을 상대로 이런 시험을 치렀다.
여성이 무중력 상태를 견딜 수 있는지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계획은 돌연 중단됐다.
펑크는 자신이 다른 어떤 남성보다도 더 잘했고 일을 빨리 완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아무도 자신을 우주비행사로 뽑지 않았고 "내가 (우주로) 올라갈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텍사스에 사는 펑크는 미 연방항공청(FAA)의 첫 여성 감사관을 지냈고,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첫 여성 항공안전 수사관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도 우주에 가고 싶었던 펑크는 수년 전 20만달러(약 2억2천700만원)를 내고 또 다른 우주탐사 회사 버진갤럭틱 우주선에도 좌석을 하나 예약해뒀다.
여전히 그녀는 승객 명단에 올라 있다.
베이조스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펑크보다) 더 오래 기다린 사람은 없다"며 "때가 됐다.
승무원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펑크"라고 밝혔다.
펑크는 우주여행에 나선 최고령자로 기록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최고령 우주여행자는 2016년 고인이 된 우주비행사 존 글렌이었다.
글렌은 1998년 77세의 나이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에 탑승해 최고령자 기록을 세웠다.
글렌은 1962년 2월 첫 유인 인공위성 '프렌드십 7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3바퀴 돌아 최초로 우주비행을 한 미국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글렌은 이 비행 뒤 여자가 우주비행을 한다는 것에 대해 코웃음을 쳤는데 여성인 월리가 그의 최고령 우주여행자 타이틀을 가져가게 됐다.
AP는 이를 "우주적 반전"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우주여행은 '일반인의 유료 우주여행 시대'란 문을 열어젖힐 전망이다.
블루오리진은 아직 우주여행 티켓의 가격이나 언제부터 일반인 승객을 받을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뉴 셰퍼드가 우주로 가는 7월 20일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2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블루오리진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베이조스가 펑크에게 우주여행 과정을 설명한 뒤 지구에 착륙해 처음으로 할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펑크는 "'이건 내게 일어난 최고의 일이야'라고 말하겠다"며 베이조스를 힘껏 포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