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못하는 이들에게 용기주고파"
"친구 집에서 발견한 차키, 그 안에 SD카드"
"미리 구도 확인하는 모습도 있었다" 주장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구 아빠한테 몰카 당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대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작성자 A씨는 "공익을 위해 이 글을 작성한다"며 "피해자인 내가 왜 숨어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나처럼 몰카를 당했지만 신고를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는 "10년 지기인 절친의 아빠 B씨에게 몰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집으로 놀러가면 하루 이틀 자고 오는 날도 있을 정도로 각별했던 A씨와 친구. 그런 A씨를 B씨는 수양딸이라고 부르며 각별히 예뻐했다고 한다. A씨 역시 오랜기간 봐온 B씨였기에 어버이날이나 생일을 챙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친구 집에 머무르던 중 날씨가 더워 샤워를 하는데 웬 차키가 있더라"며 "부모님 소유의 차량과 동일한 키인데 뭔가 이상했다. 차키에 로고가 없고 버튼도 3개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 번 버튼을 눌러봤더니 버튼이 장난감처럼 '딸깍' 하고 눌려지더라"고 전했다.
이상한 마음에 검색을 해 본 A씨는 그것이 '차키 몰카'였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는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다"면서 "몰카라고 믿고 싶지 않았는데 상품 상세페이지에 나와있는대로 분리해보니 이미지와 똑같이 분리가 되더라. 안에는 SD카드와 충전포트가 있었다"며 직접 찍은 '차키 모형'의 사진을 게재했다.
A씨는 "일단 SD카드는 갖고 차키만 돌려놓았다"면서 "(B씨가) 계속 SD카드를 찾더라. 끝까지 몰카라고는 말하지 않고 무슨 메모리가 붙어있었다고만 하더라"고 했다. 특히 그는 "더 충격적인 건 샤워 욕조를 향해 미리 구도를 확인하는 듯한 영상도 같이 있었다는 거다. 완전 계획적이었던 거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로부터 자백을 받아낸 상태라면서 그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자수할 시간을 달라며 사과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일부 네티즌들이 몰카 광고가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자 A씨는 경찰서에 제출한 증거 목록을 추가로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건과 관련해 다음 물건을 압수하였으로 이에 압수목록을 교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목록에는 카메라(차키모양), SD카드가 각 1개씩 적혀 있었다.
최근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촬영 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텔에서 보이면 바로 방 나와야 하는 그림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바 있다. 당시 글 작성자는 "전부 시중에서 판매되는 액자로 초소형 몰래카메라가 내장돼 있다"면서 "일반적인 작품으로 보이지만 유화의 울퉁불퉁한 질감을 활용해 카메라 렌즈를 숨긴다. 인쇄형보다 유화 질감이 살아있는 그림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일명 몰카라고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화장실, 숙박시설, 지하철, 집 등 어디서나 불법촬영을 하는 범죄자가 급증하고 있다. 안경, 볼펜, 액자, 시계, 생수통, 화재경보기 등 위장된 모습으로 우리 옆에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첨단 기능이 발달할수록 인권침해, 사생활 침해 문제에 부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초소형 카메라 유통을 규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청원은 1일 오후 2시 기준 15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