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기온 기록 곳곳에서 깨져…"폭염 드문 지역, 인명피해 커" 기록적 불볕더위가 덮친 미국·캐나다 등 북미의 서부에서 폭염 관련 사망자가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서는 지난 25일 이후 닷새간 보고된 사망자가 486명이라고 이 주의 리사 라포인트 수석 검시관이 밝혔다.
이는 평상시의 165명보다 3배 가까운 수로, 300여 명은 폭염과 관련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라포인트 수석 검시관은 성명에서 "폭염 관련 사망 건수를 정확히 말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극심한 더위가 한 원인이 되는 사망이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C주 밴쿠버 경찰은 29일 53명을 포함해 최근 며칠간 98명이 급사했다고 밝혔다.
평소 밴쿠버 경찰에 보고되는 급사 건수는 하루 3∼4건에 불과하다.
미국 오리건주 보건 당국은 사망 최소 60건이 폭염과 관련된 것으로 추산했으며 워싱턴주에서도 폭염과 관련한 사망이 수십 건에 이른다.
포틀랜드를 끼고 있는 오리건주 멀트노머카운티의 보건 당국자는 이 지역에서 44∼97세인 45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오리건주를 통틀어서도 2017∼2019년 온열질환 사망자는 12명에 불과했으나 급증한 것이다.
이에 앞서 미 워싱턴주 보건국은 지난 27일과 28일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3명이 보고됐다고 밝혔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이들 3명 외에도 1명은 물에 빠져 질식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지역은 평소 폭염이 흔치 않기에 사람들이 이에 미처 대비하지 못해 피해가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티브 애디슨 밴쿠버 경찰 대변인은 성명에서 "밴쿠버는 이런 폭염을 겪은 적이 없으며 불행히도 수십 명이 이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건주에서는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린 28일 하루에만 251명을 포함해 506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응급실과 긴급 의료센터를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멀트노머카운티로 좁히면 97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실·긴급 의료센터를 방문했는데 이는 통상 여름 내내 발생하는 환자 수에 맞먹는 것이라고 이 카운티는 밝혔다.
카운티 관계자는 "기록적인 더위는 구조요청 전화 기록도 깨고 있다"며 "응급실 전화, 응급실 방문, 사람이나 애완동물 구조요청 전화가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 보건국 대변인 코리 포트너는 지난 25∼27일 주에서 676명이 폭염과 관련된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고 밝혔다.
또 불볕더위가 절정에 달한 28일에는 하루에만 688명이 응급실을 방문했다.
그 결과 지난 주말 이후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최소 1천384명으로 집계됐다고 포트너 대변인은 말했다.
시애틀이 속한 워싱턴주 킹카운티만 따로 봐도 26일 40명, 28일 91명, 29일에는 223명이 온열질환으로 각각 응급실을 찾았다.
사상 최고기온 기록은 곳곳에서 새로 쓰이고 있다.
포틀랜드에서는 28일 46.7도로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고, 같은 날 시애틀도 수은주가 역대 최고치인 42.2도까지 올라가며 전날인 27일 세운 사상 최고기온 기록 40.0도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시애틀 동쪽에 있는 도시 스포캔은 최고기온이 42.8도까지 올라가며 1961년 8월 세워진 사상 최고기온 기록 42.2도를 경신했고, 워싱턴주 오맥도 1928년 7월의 45.6도 기록을 깨며 47.2도의 새 기록을 작성했다.
캐나다 BC주의 리턴의 최고기온은 캐나다 사상 최고기록을 사흘 연속 경신하며 29일 49.5도까지 올랐다.
다만 시애틀과 포틀랜드에서는 30일 밤부터 폭염이 수그러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보됐다.
그러나 북미 서부 지역에서는 7월 중순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CNN은 전했다.
더위는 서부뿐 아니라 미 북동부까지 덮쳤다.
열돔이 미 대륙의 양쪽 해안가에 나란히 형성되면서 오대호 지역에서 미 동부 최북단의 메인주까지 기록적인 더위가 찾아왔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과 코네티컷주 하트퍼드는 29일 37.2도까지 기온이 올라갔고, 30일에도 델라웨어·뉴저지·펜실베이니아주 일대 주민 1천100만명에게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다만 다음 달 1∼2일에는 한랭전선이 찾아오며 열을 식혀줄 전망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