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건져올린 삶의 이야기들…천용성의 '분하고 더러운 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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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김일성이 죽던 해'로 호평…살아 움직이는 이야기 담긴 2집 '수몰'
어쩐지 밥맛도 없고 마음이 뾰족해진다.
안전했던 세계가 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창밖에 떠드는 아이들 소리 / 이제는 알 것 같아요 / 세상의 예쁜 것들은 / 모두가 거짓인가요.
"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의 '중학생'은 휘몰아치는 사춘기 마음의 풍경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낸다.
"근데 막상 중학생들은 그 노래 아무도 안 들을 것 같은데요.
중학생들이 들어줘야 하는데…" 지난달 27일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만난 천용성이 멋쩍게 웃었다.
'중학생'은 지난달 24일 공개된 천용성의 2집 '수몰'에 실린 곡이다.
그는 2019년 발표한 1집 '김일성이 죽던 해'로 평단과 음악팬들이 단연 주목하는 뮤지션으로 떠올랐고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와 음반상도 받았다.
'수몰'은 꼭 2년 만의 신작. 텀블벅 플랫폼으로 앨범 후반 작업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자 하루 만에 목표치의 200%가 모이는 등 신작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천용성은 1집이 받은 호평에 대해 "항상 흔들리기는 하지만 내가 못 하지는 않는다는 종류의 믿음이 좀 생긴 것 같다"며 "그것만 있다고 (다음) 음반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점 하나를 채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지만, 신작 '수몰'은 1집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빛을 내는 음반이다.
그는 지난달 26일과 27일 상상마당에서 쇼케이스를 열어 '수몰' 전곡을 초연했다.
이야기는 저마다의 생명력으로 살아 숨 쉬고, 노래는 투박하리만치 꾸밈이 없어 마음을 울린다.
'설'은 설날에 만난 어머니의 수다를 "토씨 하나 안 빼고" 노랫말로 옮긴 곡이다.
국 끓이다 냄새가 나서 문을 열어뒀더니 종교인이 찾아와 거절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종횡무진 이어지는 수다가 거의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내가 적당히 나쁜 사람이란 게 / 위로가 되는 게 / 역겨워 견딜 수가 없어요"라고 털어놓는 '싶어요'는 세상에 닳아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이들의 마음을 쿡 찌른다.
이런 순간들은 예쁘지도 애절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욱 삶 자체에 가깝다.
천용성은 이런 자신의 음악을 '분하고 더러운 팝'이라고 표현한다.
"1집 이후에 활동을 계속하게 됐는데 공연만 가지고는 사실 활동이 힘들어요.
많은 아티스트가 지원금의 도움을 받는데 지원서를 쓸 때 보통 '예술적 비전'에 대한 질문이 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해왔던 것을 다 같이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찾고 싶었고 꽤 오랫동안 고민을 했어요.
그렇게 해서 찾은 표현입니다.
"
그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대중음악'을 하겠다는 목표가 한쪽에 있었고, 내용에 있어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분하고 더러운 이야기', 그런 아프고 힘들고 슬픈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다른 한쪽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천용성은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그의 '분하고 더러운 팝'이 어떤 '사회문제'를 의도적으로 다루거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 단정 지어선 안된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래를 쓴 적도 있었는데 대체로 좋지 않았다"며 "의미는 나중에 담고 일부러 찾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의 노래는 듣는 이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루시바라 유키의 만화책 '수역'을 읽고 썼다는 노래 '수몰'이 자연스럽게 의미를 확장하듯이. 천용성과 싱어송라이터 이설아가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사이 별안간 등장하는 불협화음은 깊은 물에 잠겨 어느덧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 풍경들을 일깨운다.
프로듀서 단편선은 "팀 버튼 영화처럼 아름다운데 뒤틀려 있기도 한 연출을 생각했다"며 "용성이 텍스트에 예민하고 강한 사람이라면 저는 그걸 이미지적으로 연출하고 장면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1집 이전까지 사실상 혼자 음악을 하던 천용성과 함께 '김일성이 죽던 해'를 만든 단편선은 2집에서도 프로듀싱과 편곡을 맡으며 호흡을 맞췄다.
정수민, 한인집, 박기훈, 서보경 등 재즈 신의 유망한 연주자들이 각각 콘트라베이스, 드럼, 플루트와 클라리넷, 색소폰 등을 맡아 재즈적 색채의 풍성한 편곡이 완성됐다.
듀오 시옷과 바람, 싱어송라이터 정우·이설아 등 인디음악계 동료들도 여럿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배우 강말금은 '보리차' 트랙을 다정한 목소리로 직접 불렀다.
단편선은 "영화를 보고 그분의 연기 톤이나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
수소문하다 소속사에 직접 연락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1집이 비평적 찬사를 받았지만 천용성은 여전히 "2집을 내도 아마 음악을 가지고 제 생계를 온전히 꾸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음악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한 전망이 섰느냐는 질문에는 "2집 내고 뭐할 거냐고 하면 은퇴한다고 했었다"고 반농담 같은 이야기를 한 뒤 "음악 공부를 더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안전했던 세계가 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창밖에 떠드는 아이들 소리 / 이제는 알 것 같아요 / 세상의 예쁜 것들은 / 모두가 거짓인가요.
"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의 '중학생'은 휘몰아치는 사춘기 마음의 풍경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낸다.
"근데 막상 중학생들은 그 노래 아무도 안 들을 것 같은데요.
중학생들이 들어줘야 하는데…" 지난달 27일 홍대 KT&G 상상마당에서 만난 천용성이 멋쩍게 웃었다.
'중학생'은 지난달 24일 공개된 천용성의 2집 '수몰'에 실린 곡이다.
그는 2019년 발표한 1집 '김일성이 죽던 해'로 평단과 음악팬들이 단연 주목하는 뮤지션으로 떠올랐고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와 음반상도 받았다.
'수몰'은 꼭 2년 만의 신작. 텀블벅 플랫폼으로 앨범 후반 작업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자 하루 만에 목표치의 200%가 모이는 등 신작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천용성은 1집이 받은 호평에 대해 "항상 흔들리기는 하지만 내가 못 하지는 않는다는 종류의 믿음이 좀 생긴 것 같다"며 "그것만 있다고 (다음) 음반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점 하나를 채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지만, 신작 '수몰'은 1집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빛을 내는 음반이다.
그는 지난달 26일과 27일 상상마당에서 쇼케이스를 열어 '수몰' 전곡을 초연했다.
이야기는 저마다의 생명력으로 살아 숨 쉬고, 노래는 투박하리만치 꾸밈이 없어 마음을 울린다.
'설'은 설날에 만난 어머니의 수다를 "토씨 하나 안 빼고" 노랫말로 옮긴 곡이다.
국 끓이다 냄새가 나서 문을 열어뒀더니 종교인이 찾아와 거절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종횡무진 이어지는 수다가 거의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내가 적당히 나쁜 사람이란 게 / 위로가 되는 게 / 역겨워 견딜 수가 없어요"라고 털어놓는 '싶어요'는 세상에 닳아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이들의 마음을 쿡 찌른다.
이런 순간들은 예쁘지도 애절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욱 삶 자체에 가깝다.
천용성은 이런 자신의 음악을 '분하고 더러운 팝'이라고 표현한다.
"1집 이후에 활동을 계속하게 됐는데 공연만 가지고는 사실 활동이 힘들어요.
많은 아티스트가 지원금의 도움을 받는데 지원서를 쓸 때 보통 '예술적 비전'에 대한 질문이 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해왔던 것을 다 같이 설명할 수 있는 말을 찾고 싶었고 꽤 오랫동안 고민을 했어요.
그렇게 해서 찾은 표현입니다.
"
그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대중음악'을 하겠다는 목표가 한쪽에 있었고, 내용에 있어서는 남들이 하지 않는 '분하고 더러운 이야기', 그런 아프고 힘들고 슬픈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다른 한쪽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천용성은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그의 '분하고 더러운 팝'이 어떤 '사회문제'를 의도적으로 다루거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 단정 지어선 안된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래를 쓴 적도 있었는데 대체로 좋지 않았다"며 "의미는 나중에 담고 일부러 찾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의 노래는 듣는 이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루시바라 유키의 만화책 '수역'을 읽고 썼다는 노래 '수몰'이 자연스럽게 의미를 확장하듯이. 천용성과 싱어송라이터 이설아가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사이 별안간 등장하는 불협화음은 깊은 물에 잠겨 어느덧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 풍경들을 일깨운다.
프로듀서 단편선은 "팀 버튼 영화처럼 아름다운데 뒤틀려 있기도 한 연출을 생각했다"며 "용성이 텍스트에 예민하고 강한 사람이라면 저는 그걸 이미지적으로 연출하고 장면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1집 이전까지 사실상 혼자 음악을 하던 천용성과 함께 '김일성이 죽던 해'를 만든 단편선은 2집에서도 프로듀싱과 편곡을 맡으며 호흡을 맞췄다.
정수민, 한인집, 박기훈, 서보경 등 재즈 신의 유망한 연주자들이 각각 콘트라베이스, 드럼, 플루트와 클라리넷, 색소폰 등을 맡아 재즈적 색채의 풍성한 편곡이 완성됐다.
듀오 시옷과 바람, 싱어송라이터 정우·이설아 등 인디음악계 동료들도 여럿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배우 강말금은 '보리차' 트랙을 다정한 목소리로 직접 불렀다.
단편선은 "영화를 보고 그분의 연기 톤이나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
수소문하다 소속사에 직접 연락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1집이 비평적 찬사를 받았지만 천용성은 여전히 "2집을 내도 아마 음악을 가지고 제 생계를 온전히 꾸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음악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한 전망이 섰느냐는 질문에는 "2집 내고 뭐할 거냐고 하면 은퇴한다고 했었다"고 반농담 같은 이야기를 한 뒤 "음악 공부를 더 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