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농장 가려던 몽족 남성, 경찰과 충돌…총 맞아 사망
"당국이 산불 방치" vs "재배업자들이 진화 막아" 옥신각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불법 마리화나(대마초) 농장 지대로 산불이 번지면서 현지 소방당국과 재배업자 간에 긴장이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일간 새크라멘토비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북부 섀스타 트리니티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라바'(Lava) 산불이 대마초 재배 농가가 밀집한 산골 동네로 확산했으나 화재 진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마리화나 농가들은 캘리포니아 소방국이 불을 끄지 않고 방치했다고 주장했으나, 소방국은 재배업자들이 화재 진압을 막고 있다고 반박해 양측이 옥신각신하는 상황이다.

산불이 번진 시스키유 카운티의 빅스프링스는 마리화나를 키우는 온실 5천∼6천 개가 밀집한 지역이다.

당국으로부터 기호용 마리화나 재배 허가를 받지 않은 이 지역의 업자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 소수 민족인 몽족의 후손들이다.

중국 남부 지방과 베트남, 라오스에 걸쳐 있는 몽족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을 도와 싸웠다.

하지만,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철수하고 베트남과 라오스 등이 차례로 공산화되자 다수의 몽족은 미국으로 이주해 농사를 지었다.

이들 중 캘리포니아 중부에 터를 잡고 농사일을 하던 후손들은 최근 몇 년간 돈이 되는 대마초를 재배하기 위해 북쪽 산골 동네로 이주했고 대규모 마리화나 타운을 형성했다.

시스키유 카운티 당국은 불법 대마초 농장을 없애기 위해 꾸준히 단속을 벌였으나 몽족 재배업자들은 경찰 단속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인종차별 행위라고 주장하며 맞서왔다.

이런 상황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대마초 업자들과 소방당국, 경찰 사이에는 긴장이 조성됐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은 산불 대피령을 내리고 통제에 들어갔으나, 지난 28일 몽족 남성 1명이 대마초 농가로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검문소에서 제지를 받자 총을 꺼내 들었고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 사건은 산불 진화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을 더욱 키웠다.

대마초 재배업자들은 물탱크 트럭을 동원해 직접 불을 끄려 했으나 소방당국과 경찰이 막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소방당국은 재배업자들이 도로를 봉쇄하고 소방관들에게 돌을 던지는 바람에 화재 현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철수했다고 반박했다.

대마 재배업자와 소방 당국의 갈등으로 산불 진화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 산불은 현재까지 68㎢의 산림을 태웠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