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예비후보 등록 못해…대선일정 수행하려면 휴가내거나 가외 시간 이용해야
"도지사·경선후보 양수겸장도 실력" vs "마음은 콩밭, 업무 공백 불가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최소 경선기간 수개월, 그가 후보로 선출돼 지사직을 사퇴할 경우 차기 지방선거까지 근 1년 가까운 기간 경기도의 도정 운영 차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 지사는 당내 경선 일정은 물론 대선후보로 선출됐을 경우에도 가능한 한 도지사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선(경선)과 도정, 투트랙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며 도백과 대선 주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도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며 "적어도 민주당 단일후보가 결정되는 9월까지는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하며 도정을 충실히 챙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대부분의 경선 일정은 일과 외 시간을 활용하면 가능하다"며 "도정과 후보 일정을 동시 수행하는 것 자체가 (대권을 향한) 양수겸장과 같은 실력이 아니겠냐"고 했다.

대선 장정 시작한 이재명, '경기도정 수행' 차질 없을까
민주당 경선 일정에 따라 9월 10일 대선후보가 확정되고 나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20대 대선에 출마하는 공직자는 12월 9일(선거일 90일 전)까지는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

당내 또는 캠프 내 대선 전략 등에 따라 애초 예상과 달리 지사직을 앞당겨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우선 이달 12일(선거일 240일 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받는데, 공직선거법상 현직 도지사는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없다.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으면 선거사무소를 둘 수 없고 홍보 현수막을 걸 수가 없다.

예비후보자 홍보물 발송도 허용되지 않는다.

정견 발표나 경선 토론회는 도지사 공식 일정이 아닌 만큼 연차를 쓰든지 일과 외 시간을 쪼개 개인 일정으로 소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 지사는 국회 토론회나 지자체와의 협약식을 통해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백브리핑 형식으로 기자들을 만나는 방식으로 대선 전초전을 치러왔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핸디캡 속에서 현직 도지사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그러나 당내 경선 일정이 시작되면서 예비경선에서만 TV토론 4회, 국민면접 3회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나마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오프라인 일정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기회 요인이다.

이 지사는 대선 출마선언문에 도정 수행이나 공백 우려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약속을 어겨도 제재가 없는 정치에선 공약 위반이 다반사이고, 그래서 정치는 불신과 조롱 대상"이라며 "저 이재명은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 동안 공약 이행률이 90%를 넘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후광, 조직, 돈, 연고 아무것도 없는 저를 응원하는 것은 성남시와 경기도를 이끌며 만들어낸 작은 성과와 효능감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이 지사는 광역자치단체 평가(리얼미터 조사)에서 17개 광역지자체장 중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올해 들어서도 4~5월 2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며 "경선 과정에서도 도정을 정상 수행하며 정책 성과로 평가를 받게 될 것이고 평소와 다름없이 복무 기강을 유지하며 누수 없이 안정감 있는 행정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도정 공백에 대한 우려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 한 야당 의원은 "도정엔 몸만 있고 마음은 경선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공무원 조직이 대선 정치판에 흔들리거나 이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도청의 한 직원은 "이 지사는 조직 장악력과 업무 추진력이 강한 스타일인데 대선 출마로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요요 효과'처럼 도정의 업무 공백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며 "이전처럼 경기도가 정책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최근 정진상 정책실장을 필두로 도정의 핵심 역할을 하던 정무직 라인이 순차적으로 사퇴하고 대선 캠프로 속속 합류하면서 도정 레임덕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경기도청 한 노조 관계자는 "이 지사의 시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별정직 및 임기제 공무원들의 역할이 컸다"며 "인사를 통해 이들의 공백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부지사를 비롯한 집행부 간부들이 더욱 심기일전해야 할 것"이라며 "도의회도 예산과 정책 심의 역할을 차질 없게 수행해 혹시 있을지 모를 도정 공백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2017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2개월여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때에는 공직 사퇴시한 하루 전날(3월 14일) 성남시장직을 사퇴하고 도지사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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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