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디지털금융이 가속화하면서 이런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50대 이상 금융 소비자는 자산이 가장 많다. 은행 수익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비대면, 디지털화 바람이 거세 지면서 이들은 점차 금융 서비스에서 일선에서 밀려나고 있다.
앱 기능이 고도화하고 각종 비대면 기기가 도입될 수록 고령 금융소비자의 불만도 커져갔다. 마침 전문가와 학자로 구성된 신한 옴부즈만에서 '중년 이상 금융소비자의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을 키워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진 행장은 지난 3월 '디지털 소외' 금융소비자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상담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디지털 리터러시 케어' 서비스를 만 65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해주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고령 소비자의 디지털 문해력을 1~5단계로 분류했다. 디지털 채널과 기기 사용을 거부하고 대면 지점만을 이용하겠다는 1단계부터 은행 앱 신한 쏠(SOL)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5단계까지다. 이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고령자라고 모두가 디지털 활용을 어려워하는 건 아니다' '비대면만을 고집해선 안된다' '고령자는 앱 설치 및 로그인 단계를 어려워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비대면 거래를 완전 희망하지 않는 1단계 고객을 제외한 모든 고령자가 서비스 대상이다. 소비자가 상담사에게 요청할 때 디지털 금융 이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앱 로그인과 PC 보안프로그램 설치을 전화 혹은 PC원격 프로그램으로 도와주는 식이다.
디지털 전문상담사들이 이런 활동을 벌인 결과 3단계(비대면 활용할 생각이 있으나 활용하지 못하는) 고령 금융소비자의 78%가 4단계(방법만 보조해주면 비대면 활용이 가능한)으로 올라섰다. 신한은행은 리터러시 케어 조직의 성과가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각종 따라하기 영상을 제작해 보조하기로 했다. 비교적 비대면 채널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4, 5단계 소비자에겐 메뉴의 직관성을 높이고, 회원가입 절차를 간소화해달라는 서비스 개선사항을 얻었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디지털 리터러시 케어 대상 연력을 50세로 낮췄다. 은행 관계자는 "상담을 받은 소비자가 은행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은행 고객으로 머무르는 '락인 효과'가 상당하다"며 "디지털화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