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현재 대응 역부족"…운영사 "난간 설치하면 하중 문제 발생 우려"
투신 사고 잇따르는 인천대교…10년 넘게 안전 난간 없어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 위에서 투신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실질적인 예방 대책은 10년 넘게 마련되지 않고 있다.

투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출동하는 해양경찰과 관할 인천시는 추락 방지용 안전 난간을 인천대교에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교 운영사는 난간을 추가하면 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9일 인천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2개월간 인천대교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는 모두 5건이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나머지 1명은 해경에 구조됐다.

이날 오전 5시 8분께 인천대교 상황실 근무자는 "대교 위에 차량이 세워져 있는데 운전자는 없다"고 해경에 신고했다.

신고 접수 50분 만에 60대 남성이 해상에서 발견됐으나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숨졌다.

지난달 2일에도 50대 여성이 남편 차량에 함께 타고 있다가 "바람을 쐬고 싶다"며 인천대교 위에서 내린 뒤 바다로 뛰어들어 사망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30대 남성이 인천대교 갓길에 차량을 정차한 뒤 투신, 10일 만에 숨진 진 채 발견됐으며 한 20대 남성은 이달 24일 인천대교에서 바다로 투신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날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이달 8일에는 인천대교에서 투신한 20대 운전자가 23분 만에 해경에 구조돼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인천대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21.4㎞ 길이의 국내 최장 교량으로 2009년 개통했다.

이듬해부터 인천대교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한 이후 해마다 여러 건이 잇따랐다.

인천대교의 주탑 인근 도로의 높이는 아파트 30층과 비슷한 74m로 이곳에서 바다로 추락했을 때 생존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발생한 추락 사고 5건의 공통점은 모두 차량을 이용해 인천대교 한가운데에 내린 뒤 투신한 점이다.

보행로가 없는 인천대교에서 갓길에 차량이 정차하거나 행인이 보이면 인천대교 상황실에 비상벨이 울리고 순찰차가 즉시 출동한다.

핫라인이 구축된 인천해경서에도 신고가 접수되고 경비함정이 투입된다.

그러나 투신하는 운전자나 동승자는 차량에서 하차한 뒤 순식간에 바다로 뛰어내리기 때문에 순찰차가 곧바로 출동해도 제지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인천해경서 관계자는 "인천대교 상황실과 구축된 핫라인으로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하면 이미 해상으로 뛰어내려 실종된 상태가 대부분"이라며 "빠른 출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투신을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경과 인천시는 지속해서 인천대교 측에 극단적 선택을 예방할 안전 난간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몇 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달부터 인천대교에서 추락 사고가 잇따르자 이달 18일 인천시자살예방센터에서 인천대교 관계자를 만나 안전 난간 설치를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인천대교 관계자는 당시 회의에서 "인천대교를 설계할 때 하중 등을 고려했는데 투신 방지 난간을 설치하면 교량에 무리가 가서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면서도 "안전 난간 설치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대교 측도 경보음 시스템을 설치하고 순찰차를 배치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지만 투신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법적으로 인천대교 측에 강제할 방법이 없어 계속 협조 요청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