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권택영, 문학·심리학·뇌과학 섭렵한 '감정연구' 출간

19세기 미국의 저명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에 행복하고,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울기에 슬프다고 말했다.

감정이 먼저 사람의 몸을 통해 나타나고, 의식은 그 후에 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오늘날 뇌과학에서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오랜 세월 문학과 심리학, 현상학을 통해 의식과 감정을 연구한 문학평론가 권택영은 이런 과학적 사실에도 '행복해서 웃고 슬퍼서 운다'고 믿고 싶고, 그렇게 믿는다고 말한다.

권택영은 신간 '감정연구'(글항아리 펴냄)에서 웃기에 행복하다는 것도 맞고, 행복하기에 웃는다고 느끼는 것도 맞는다며 7개의 키워드로 '감정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처음 제시한 키워드는 사랑이다.

저자는 "우리를 지배하는 감정 중 가장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며 "사랑이라는 감정은 두려움, 추구, 외로움, 정욕, 기쁨, 슬픔, 질투, 죄의식 등 모든 감정을 포함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랑은 감정인가 생각인가'라는 감정논쟁을 비롯해 감정의 진화, 우연성, 감정의 가치평가, 감정과 관계 등을 통해 고찰한다.

특히 사랑이 우연처럼 다가오는 것에 대해 몸의 반응이 감정에 앞선다는 제임스의 이론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사랑이 우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몸의 반응이 먼저 일어나고 다음으로 의식의 인지에 의해 느낌이 오기 때문이다.

의식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우연으로 보려 하고 몸은 의식 속에 숨어 말을 하지 못한다.

아마 동물은 사랑을 우연처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의식이 발달하지 않는 동물에게는 느낌이 아닌 몸의 반응이 전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감정'(emotion)과 '느낌'(feeling)의 차이에 관한 것이다.

두 용어는 이성에 대한 반대 의미로 구별 없이 사용됐지만, 최근 뇌과학에서 이 두 단어는 구별된다고 한다.

몸의 기억인 습관과 진화에 따른 회상이 다르게 구별되는 것과 같은 차원이다.

저자는 생명을 세 번째 키워드로 제시한다.

감정은 살아 있는 모든 동물의 생명을 지키는 전략이자 수단이라는 것이다.

"진화 이전부터 오래된 생명 유지의 근원으로 감정은 항상성의 대리자"라고 말한다.

감성과 인지 판단의 관련성은 네 번째 키워드다.

이성을 중시한 전통 사상은 인지와 판단을 이성의 몫이라 생각하고 감정을 하위 개념으로 억압했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감정 없이는 이성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나아가 뉴런의 흐름에서 감정과 생각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소개한다.

이 밖에도 감정과 건강의 관련성, 예술의 창조, 공감 치료 등의 키워드로 감정을 설명한다.

저자는 책을 쓴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가을날 마지막 작은 꽃잎들 사이에서 여기저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조그만 나비의 날갯짓처럼 포착하기 어려운 정서, 감정, 그리고 느낌이라는 단어를 포착해보려고 애써봤다.

그 나비들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 채"
392쪽. 1만9천 원.
감정은 무엇인가…키워드 7개로 설명하는 '감정의 모든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