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 상승 위험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세계적 투자자의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 채권투자 회사인 핌코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무함마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28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Fed는 물가 급등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며 “하지만 물가가 뛰고 있다는 증거를 매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달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올라 1992년 4월 이후 29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앞서 4월에도 PCE 물가는 3.1% 급등했다. Fed의 관리 목표치(2.0%)를 2개월 연속 크게 웃돌았다.

엘에리언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Fed는 뒤늦게 (정책 변경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경제에 충격을 줄 것으로 봤다. 가속 페달에서 서서히 발을 떼지 않고 급하게 브레이크(긴축)를 밟아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이럴 때마다 경기 침체를 경험했는데 이번에도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Fed가 ‘물가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믿고 있는 한 단기적인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팽창적인 통화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믿음을 줄 수 있어서다. 엘에리언은 “오는 8월 말로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착수 일정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기업들도 Fed의 물가 통제 능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BC가 이달 초·중순에 41개 글로벌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Fed의 통제력을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다수는 “향후 6개월 동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비자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긴축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Fed가 지난 15~1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단계 테이퍼링’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국채에 앞서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를 먼저 줄일 것이란 게 요지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