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가 좋아서 단 하루라도 '배트걸'이 되고 싶었던 소녀가 있었다.
남녀 차별의 벽에 가로막혀 이뤄지지 않았던 그 꿈은 60년의 세월이 흘러 소녀가 70세의 할머니가 된 뒤 마치 영화처럼 현실이 됐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9일(한국시간) 31년간 사회복지사로 근무한 그웬 골드먼이 양키스의 '명예 배트걸'이 됐다고 보도했다.
골드먼은 10살 때인 1961년 양키스 구단에 '배트걸'이 되게 해달라고 편지를 보냈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했다.
당시 단장이었던 로이 해미는 "우리는 소녀들도 배트걸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온통 남자들만 있는 야구장은 골드먼양 같은 어린 숙녀에게 어색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정중하게 거절의 편지를 보냈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골드먼의 딸이 어머니가 간직해둔 거절의 편지를 복사해 현 양키스 단장인 브라이언 캐시먼 앞으로 보낸 것이다.
캐시먼 단장은 골드먼에게 화상 전화를 걸어 "60년의 세월이 흘러서 너무 늦긴 했지만 10살 때 우리에게 편지를 보냈던 당신의 열정에 지금이라도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골드먼은 이날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양키스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배트걸로 나섰다.
경기 전에는 시구의 영광까지 얻었다.
에런 분 감독과 에이스 게릿 콜이 골드먼을 맞이했다.
골드먼은 양키스의 레전드 투수이자 양키스 전담 중계사인 'YES 네트워크'의 해설자인 데이비드 콘에게 시구 지도를 받았다.
골드먼은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났다.
꿈이라고 말하는 건 절제된 표현이 될 것"이라며 "오랜 꿈을 이룬 이 순간, 양키스타디움을 거니는 지금의 마음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