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한 '재벌 저격수'…"법인·소득稅 함께 내리자"
“코로나19 종식에 발맞춰 법인세와 소득세를 4%포인트씩 인하한다면 기업과 소비 활성화를 통해 경제 성장과 세수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도 감세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민주당 대선주자 가운데 최초로 출마 선언을 한 뒤 ‘젊치인(젊은 정치인) 바람’을 타고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제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여권 빅3’를 다투고 있다.

세율 동시 인하로 경제 선순환

박 의원은 법인세와 소득세 동시 인하를 자신의 핵심 경제 공약으로 제시했다.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을 모든 구간에서 3~4%포인트 인하하자는 제안이다. 이 경우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1%로 낮아진다. 그는 “한국이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소비와 생산이 동시에 늘어나는 시기에 세율을 내리고, 기업의 추가 투자 및 고용을 유도한다면 승수효과를 통한 추가적인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대 인하를 주장한 이유에 대해선 “세율을 내려도 경제 활성화 폭이 커서 세수가 증가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보는 증세, 보수는 감세’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여당이 시의적절한 조세정책을 구사하지 못해 왔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손흥민 선수는 축구장 왼쪽에서 활동하는 측면 공격수지만 필요에 따라 경기장 중앙에 침투하기도 하고, 오른쪽으로 돌파하기도 한다”며 “경기 회복기에는 감세 정책을 포함해 유연한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에 가업상속공제 확대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가업상속공제 확대도 제안했다.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인이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을 상속할 때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가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를 위해 도입됐지만 승계 이후 자산과 근로자 수, 임금 총액 및 지분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하고, 사전 영업 기간 등 여러 조건으로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 의원은 “한국의 상속세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이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이 크지만 대기업이 큰 경제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상속세 인하는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가업상속공제의 여러 조건을 완화하고 공제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우수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삼성그룹과 미래에셋그룹의 경영권 승계, 일감몰아주기 등 여러 이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박 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 후 친기업적 색채를 드러내자 민주당에서는 ‘맥락 없는 우클릭’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의원은 “불법적인 기업활동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 활성화를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건전한 정치 행보”라며 “기업에 상식적이고 공정한 경쟁의 무대를 제공하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정치인’을 내세우는 박 의원은 정작 대표적인 청년 공약을 묻는 질문에는 난색을 보였다. 그는 “젊은 정치인에게 청년 정책에 특화된 모습을 기대하는 정치 문화를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며 “청년 주거 문제와 취업 문제도 결국 주거, 취업 문제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간 청년 문제에 할애된 불필요한 행정력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해 사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정치”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여권 내 586세대의 뒤를 잇는 ‘97세대(70년대생 90년대 학번)’의 대표주자로, 20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재선의원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사립유치원의 회계부정 문제를 파헤치며 ‘유치원 3법(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전범진/고은이 기자/사진=김병언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