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생…고급 아파트에 외제차·고가 시계 등 명품 사들이기도

일본 산업정책을 관장하는 경제산업성 공무원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으로 갈 지원금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나 공직사회의 신뢰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도쿄도(都) 경찰본부는 경산성 산업자금과 계장인 사쿠라이 마코토(28)와 산업조직과 직원인 아라이 유타로(28)를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수도권인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유명 사립대 부속고 동급생인 두 사람은 공모해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줄어든 중소기업에 사무실 임대료 명목으로 지원하는 정부 자금을 전용 사이트에서 신청해 올해 1월 550만엔(약 5천600만원)을 받아냈다.

이들은 아라이 용의자가 경산성 공무원이 되기 전인 2019년 설립한 경영 컨설팅업체 명의로 가짜 매출 장부와 사무실 임대료 영수증 등을 만들어 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이에 생선'…코로나 지원금 빼돌린 日경산성 엘리트 공무원
사쿠라이 계장은 게이오대를 졸업한 뒤 민간기업을 거쳐 2018년 경산성에 들어갔고, 아라이 용의자는 도쿄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경산성 공무원이 됐다.

고교 동급생이지만 직장에선 선후배 관계가 된 셈이다.

일본 경찰은 사취한 돈의 대부분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 사쿠라이 계장이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도쿄 도심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외제차를 타고 고급 손목시계 등 명품을 사들인 사실을 확인하고 빼돌린 지원금을 호화생활을 유지하는 데 썼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은 특히 사쿠라이 계장이 평소 가상화폐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주변 사람의 말에 따라 가상화폐 투자 여부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이면을 앞다퉈 전하고 있는 일본 언론은 두 사람이 각각 게이오대와 도쿄대를 나온 엘리트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범행에 충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 사건으로 경산성이 경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며 경산성 간부가 "이런 일이 벌어져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어깨를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