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시소 서촌 '따뜻한 휴일의 기록'
여행지 사진은 찍는 순간에도, 시간이 지나 다시 볼 때도 사람을 설레게 한다.

큼지막한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예전이나 스마트폰이면 해결되는 요즘이나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이 통한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 랜드마크 앞에서 줄 서서 찍는 사진은 '인증샷'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가 찍어도 같은 배경, 같은 구도인 사진으로는 나만의 감동과 추억을 생생히 담기 어렵다.

종로구 통의동 복합문화예술공간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은 여행지 풍경을 뻔하지 않게 담아내 신선한 자극을 전한다.

요시고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스페인의 사진가 겸 디자이너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40)는 평범한 풍경과 장소를 독창적인 언어로 재해석한다.

무심코 스쳐 보내기 쉬운 장면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롭게 구성해 눈길을 사로잡는 특별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처음인 그의 전시는 유럽 지중해 휴양지부터 마이애미, 두바이, 부다페스트, 바르셀로나, 도쿄 등 세계 여러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 350여 점을 선보인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여행지에서 작가는 유명한 장소나 건축물이 아니라 낯선 공간과 장면을 찾는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풍경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데서 흥미로운 사진이 나온다.

올란도 디즈니월드에서 빨간 콜라 자판기들이 파란 하늘, 하늘색 건물과 대비를 이루는 장면이 청량하다.

도쿄의 밤은 식당 간판이 아니라 음식에 집중하는 요리사의 얼굴로 기록한다.

건축물 등에서 기하학적 요소를 포착해낸 사진에도 요시고의 색깔이 묻어난다.

건물 전체가 아니라 테라스, 복도, 계단 등 특정 부분을 확대한 구도로 그래픽 디자인 같은 이미지를 만든다.

12월 5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