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들 성착취하며 '착한 주인' 행세…전문가 "죄의식 없어"

최찬욱에게 피해 확인된 남학생만 67명…일부 유사 강간도
"피해자 입장에서 착한 주인, 나쁜 주인이 어디 있나"

초·중학교 남학생들을 성 착취 희생양으로 삼은 최찬욱(26) 씨는 피해자들에게 '착한 주인' 이미지를 심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망상에 가까울 정도의 자기합리화로 무장한 최씨가 건전한 성 관념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미성년자에게 5년간이나 마수를 뻗치면서 피해 규모도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는 21살 때였던 2016년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성행위를 하는 듯한 다양한 자세를 명령하면 이에 복종하는 형태의 소위 '주인·노예 플레이'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됐다.

그 세계가 궁금했다는 최씨는 온라인상 프로필을 여성으로 꾸민 뒤 자신에게 접근한 남학생들에게 "알몸을 보여주면 직접 만나 준다"는 등 속임수로 음란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받았다.

이후 5년 동안 이어진 범행의 첫발이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남학생 피해자는 67명이다.

그의 휴대전화에 200여명 가까운 피해 의심자 연락처가 있어서 현재 경찰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최씨는 미성년자 3명은 직접 만나 강제로 신체 일부를 만지고 유사 강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대부분 피해자는 '만나 준다'거나 '내 사진·영상도 보내주겠다'는 등 사탕발림에 속아 직접 자신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전송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피해자들을 '노예'로 지칭하면서 자신은 '착한 주인'이라고 형상화했다.

자신의 명령에 따르도록 강요하면서 '다른 주인들은 악마 같지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라거나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피해자들을 세뇌하다시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지난 4월 경찰에 적발될 당시 미성년자 성 착취물 6천954개(사진 3천841개·영상 3천703개)를 갖고 있었다.

이 중 일부는 온라인에 유포했다.

전문가들은 최씨를 자기만족을 위해 피해자를 조종하며 통제하는 성 착취 범죄자의 전형으로 보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 입장에서 착한 주인과 나쁜 주인이 어디 있느냐"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피해자를 이용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포기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짐작된다"며 "그러다 상습적인 범죄로 나아간 것으로 여겨지는데, 남자아이들만 대상으로 한 이 정도 규모의 피해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착한 주인'이라는 발언을 보면 행위 자체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신의 행동을 범죄가 아니라 놀이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SNS 등에 비슷한 사례가 만연하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범행 기간 그는 비교적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해 최근까지도 대전에서 주택과 토지 등 계약을 적잖게 성공시켰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상 공개 결정 이후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날 검찰에 송치되면서 얼굴을 드러낸 최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호기심으로 시작한 게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심해지기 전 어른들이 구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