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사, 영국 어디서나 환영…브렉시트 후 한영 관계, 새로운 파트너십"
"'한국의 힘' 덕분에 주(駐)영국 대한민국 대사로 행복하게 일했습니다"
귀임을 앞둔 박은하(59) 주영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한마디로 소감을 압축했다.
박은하 대사는 "한국을 대하는 영국의 시각과 기대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이런 시기에 주영 한국 대사였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G7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양자 만남을 통해서도 한국의 견해를 듣고 싶어하는 것을 보며 자긍심을 느꼈다"며 "시간이 부족해서 다 만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주최국인 영국이 국제질서를 만드는 데 협력할 국가들을 초청했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은 경제적 선진국이자 민주주의 국가로서 G7에 합당한 지위와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G7이 이번에 한국의 역할과 가치를 많이 인식했으므로 앞으로도 뺄 수 없는 파트너로 계속 초청하지 않을까 싶다"며 "국제사회 핵심 무대에 한국이 실질적 구성원이자, 책임 있는 리더 중 하나로서 문을 열고 발을 디뎠다"고 분석했다.
박 대사는 영국에서 한국이 한류 인기 등으로 소프트파워가 있는 나라로 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임 초기에만 해도 K팝을 비판하는 기사가 많았는데 이제는 창의성이 경이롭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 유니언,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등에서 의견을 듣고 싶다고 부르는 등 어디서도 한국 대사라고 환영을 받았다"며 "질문도 북한 문제를 넘어 한국 드라마 인기 비결부터 G7의 최저 법인세율 합의까지 폭이 넓었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BBC, 스카이뉴스, 타임스 라디오 등 영국 언론과도 G7, 코로나19 대응, 남북정상회담, 손흥민 선수 활약, 한-영 투자협력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인터뷰를 했으며 그 중 상당수는 생방송으로 했다고 주영 한국대사관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열린 고위공무원 대상 크리스마스 미사에 외교관 대표로 선정돼 한복을 입고 성경을 봉독하기도 했다"고 한국 대사의 인기를 전했다.
브렉시트 후 한영 관계에 관해서는 "자동차·위스키를 수출입하던 단계에서 공동 연구로 공동 상품을 만들어내는 등 미래를 함께 보는 파트너십으로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후 '글로벌 브리튼(GB)'을 내세우면서 과학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파트너로 한국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가령 기초 과학이 강한 영국과 임상에 강점이 있는 한국이 만나서 가성비가 훨씬 좋은 약품을 만들거나 수소를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있는 영국과 저장기술을 우수한 한국이 수소경제에 함께 대응해 경쟁력을 높이는 식이다.
그는 주영 대사로서 일하며 가장 보람 있는 성과로는 자동입국심사를 꼽았다.
그는 "영국을 오가기 편리해졌을 뿐 아니라 한국 국민이라는 점만으로 동맹처럼 심사가 필요 없다고 인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대사는 외무고시에서 수석을 차지한 첫 여성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1985년 외교부에 들어왔고 2018년엔 첫 여성 영국 대사로 부임했다.
그는 "여성 외교관이면서 외교관 부인이라는 점을 포함해 여러 측면에서 마이너리티였지만 그 테두리보다는 훌륭한 외교관이 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나를 규정하는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