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독일-헝가리전, 그래도 무지갯빛 속에 열린다(종합2보)

유로2020 경기장에 무지갯빛 조명 추진하려다 좌절
"뮌헨시청에 무지개기 걸고, 경기장 옆 올림피아탑 무지갯빛 조명 추진"

독일 뮌헨에서 23일(현지시간) 열리는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독일-헝가리전이 결국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의 권리를 제한한 헝가리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무지갯빛 속에 열릴 전망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헝가리에 대한 항의 겸 LGBT와 연대 차원에서 경기장을 무지갯빛 조명으로 비추겠다는 뮌헨시의 계획을 불허했지만, 뮌헨시는 대신 시청과 경기장 바로 옆 올림피아탑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로2020 주최 측인 UEFA는 22일 성명에서 경기장을 무지갯빛 조명으로 비추려던 뮌헨시의 계획이 "헝가리 의회의 결정을 겨냥한 메시지"라며 정치적 맥락에서 이를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별은 다른 사람들과 긴밀한 협력 속에서만 싸울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뮌헨시에 헝가리전 때가 아닌 오는 28일 성 소수자를 위한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 등 때 경기장을 무지갯빛으로 꾸미는 것을 제안했다.

디터 라이터 뮌헨시장(사회민주당·SPD) 이날 기자회견에서 UEFA의 불허 결정이 "수치스럽다"면서 "독일축구연맹(DFB)이 이를 바꾸기 위해 나설 입장이 아니라고 여긴 점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장은 뮌헨시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경기당일 경기장 자체는 아니더라도 뮌헨 시내가 무지갯빛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UEFA가 헝가리에 대해 강한 항의 신호를 보내는 것을 막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뮌헨시청을 무지개기로 뒤덮고, 경기장 옆 올림피아탑과 풍력기에 무지갯빛 조명을 비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미 독일 쾰른, 아욱스부르크, 프랑크푸르트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장을 무지갯빛으로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쿠스 죄더 기독사회당(CSU) 대표는 트위터에 "뮌헨 경기장이 무지갯빛으로 빛날 수 없다니 아쉽다"면서 "이는 관용과 자유를 위한 아주 좋은 상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공동대표 겸 총리 후보는 트위터에서 "다양성의 상징인 무지개를 들고 전국을 돌자"고 제안했다.

앞서 뮌헨 시의회는 최근 헝가리가 청소년 LGBT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항의하고, LGBT와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23일 독일-헝가리전이 열리는 알리안츠 아레나 축구장의 외벽을 무지개 조명으로 비추겠다며 UEFA에 허가를 요청했다.

다양한 빛깔을 지닌 무지개는 LGBT의 상징이다.

앞서 헝가리에서는 지난 15일 학교 성교육이나 18세 이하 미성년자 대상의 영화와 광고 등에서 동성애 묘사를 금지한 법률이 집권당의 주도로 의회를 통과했다.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이 소아성애 퇴치를 목표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성 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