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에 김강민의 얼굴이 뜨고, '투수'로 소개되자 인천 SSG랜더스필드가 술렁였다.
국가대표 외야수 출신, 팀 최고참 선수의 마운드 등판은 SSG 홈팬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안겼다.
김강민은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홈경기, 팀이 1-13으로 뒤진 9회초에 '투수'로 등판했다.
2001년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뒤, 김강민이 투수로 뛴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패색이 짙은 상황, 김원형 SSG 감독은 투수 소모를 막고자 김강민을 마운드에 세웠다.
김강민은 최선을 다해 던졌다.
첫 타자 정주현을 상대할 때는 직구 구속이 시속 130㎞대 중반에 머물렀다.
결국, 정주현에게 던진 5구째 시속 137㎞ 직구가 좌월 솔로 홈런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김재성을 상대할 때는 구속이 최고 시속 145㎞까지 나왔다.
김강민은 김재성을 삼진 처리했다.
후속 타자 김용의에게 볼넷을 허용한 김강민은 이영빈에게 직구 3개를 연속해서 던져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SSG 후배들은 더그아웃 앞까지 나와 김강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강민이 시속 140㎞ 이상의 공을 던질 때마다 탄성을 내뱉은 SSG 팬들도 김강민의 머리 위로 박수를 보냈다.
김강민의 '투수 데뷔전' 성적은 ⅔이닝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삼진 1실점이다.
SSG 구단은 '김강민이 직구 17개, 슬라이더 1개, 체인지업 1개, 투심 1개를 던졌다'고 분석했다.
사실 김강민은 '제2의 배영수'를 꿈꾸던 '투수'였다.
대구중학교 시절 김강민은 "투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꿨다.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야구명문 경북고에 입학했다.
고교 1년 선배가 배영수 현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였다.
김강민 고교 1학년 때 손등뼈가 부러져 내야수로 전향했다.
2001년 SK에 입단한 김강민은 2군에서 내야수로 뛰며, 가끔 투수 훈련도 했다.
그러나 2002년 시즌 막판 구단은 김강민에게 "외야수로 뛰어보라"고 제안했다.
김강민의 빠른 발과 강견이 외야에서 빛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고교 시절에 외야수로 뛴 적이 없었던 김강민은 남들보다 수비 훈련을 배로 했다.
'외야수' 김강민은 매해 조금씩 가능성을 키웠고, 매년 '방출리스트'가 작성되는 살벌한 프로야구판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2007년 SK의 주전 외야수로 도약했다.
지금은 불혹에도 KBO리그 최정상급 수비력 뽐낸다.
한국 나이로 마흔에, 1군 투수 데뷔전을 치른 김강민의 표정은 꽤 밝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