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어떤 생각하고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돌아본 귀한 경험"
최근 몇 년간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소설가를 꼽으라면 조남주와 손원평이 먼저 떠오른다.
조남주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은 130만 부가 넘게 팔려 요즘 문학 분야 단행본으로는 흔치 않은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고, 손원평의 장편 '아몬드'도 80만 부 판매고를 올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두 소설은 일본과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받았고 각종 도서전과 문학상에서도 주요 작품으로 거론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젊고 인기 있는 두 여성 작가는 주로 장편을 써왔는데, 우연히도 최근 같은 날 첫 소설집을 내놨다.
손원평은 창비 출판사를 통해 작품집 '타인의 집'을 펴냈다.
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던 시기의 작품부터 올해 봄에 발표한 최신작까지 5년간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단편들이다.
'아몬드'의 외전 격의 소설 '상자 속의 남자'를 비롯해 전세 셰어하우스에 불법 월세로 입주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부동산 계급 구조를 블랙 코미디처럼 꼬집은 표제작 '타인의 집', 근미래 노인 수용시설에 사는 할머니와 이민자 '복지 파트너'의 관계를 통해 세대 갈등과 계층 간 혐오 등을 다룬 '아리아드네 정원' 등 짧은 소설 8편을 실었다.
작가는 이들 작품을 통해 현실과 타인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을 당부한다.
손원평은 작가의 말에서도 맹목적 집단주의와 교조주의, 편 가르기의 폭력성을 비판했다.
"우리는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이의 행동과 생각이 같지 않으면 안 된다는 획일성의 기조가 전염병의 세상 하에 한층 더 두텁게 사람들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른바 대세와 다른 생각을 조금도 용납하려 하지 않는 대중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복종과 사과를 응징하듯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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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괴물의 목표물이 되지 않는 방법은 가만히 입을 닫고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뿐"이라면서도 "괴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나와 남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어 "비단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뿐 아니라 누군가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도, 홀로인 자신으로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서도 타인을 향한 시선은 고요하게 살피는 눈길이어야 한다"면서 "이 책의 제목이 제시하는 바를 독자들이 가끔이라도 가슴에 품어준다면 나로서는 뿌듯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남주의 첫 소설집은 민음사에서 출간한 '우리가 쓴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으로 국내 페미니스트 작가의 대명사로 인식된 그는 이번 작품집에서도 페미니즘 서사에 천착한다.
표제작을 포함해 '여자아이는 자라서', '현남 오빠에게', '미스 김은 알고 있다' 등 8편의 단편이 실렸다.
초등학생부터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의 시각과 입장에서 한국 사회 곳곳을 재단하고 비판한다.
'어린 김지영'부터 '할머니 김지영'까지 여러 인물로 확장된 김지영들이 분출하는 젠더 혁명의 투쟁가가 거침없이 울려 퍼진다.
작품 속 여성들에게 한국 사회는 가스라이팅과 몰래카메라, 가부장제의 어두운 요소 등으로 가득한 '헬조선'이다.
육아, 가사 같은 이른바 '돌봄 노동'을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사회로도 묘사된다.
단편 '매화나무 아래에'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자매애'를 축으로 한 여성 연대를 촉구한다.
또 '오기'는 페미니즘 소설을 쓴 이후 대중의 악평에 시달리는 한 소설가의 고통을 묘사한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다.
첫 단편 '가출'을 쓰기 시작한 때부터 최신작 '첫사랑 2020'이 나오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조남주는 고백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한 권으로 묶이게 될 거라고 생각하며 시작하지 않았고, 아무 계획 없이 그때의 이야기들을 써 왔다"면서 "다시 읽고 쓰며 그동안 무엇이 보였고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약간 멋쩍고 매우 귀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조남주는 자전적 소설 '오기'에 나오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오기'의 에피소드들이 모두 제 경험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