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해당 기지 존재하는 지자체가 폐쇄 결정 주체 돼야"
법원 "미 세균실험실 폐쇄 국가 사무"…시민단체 "납득 못 해"
부산항 8부두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기 위한 주민투표를 거부한 부산시를 상대로 시민단체가 제기한 행정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소를 제기한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18일 오전 부산지법 행정2부(최윤성 부장판사)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 투표 추진위원회(추진위)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1심 행정소송을 기각했다.

이날 선고는 지자체가 거부한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가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판결이었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는 미군 시설 폐쇄를 지자체에서도 추진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판결로도 해석할 수 있다.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 투표 추진위원회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법원 판결은 부산에 존재하는 외국군기지 시설로부터 부산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업무를 누가 해야 하는 가를 묻는 중요한 판결이었다"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기각 사유를 설명하지 않아 판결에 대한 아직 구체적인 근거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추진위는 법원이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는 지자체 사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자치사무이면 주민투표 대상이 되지만 국가사무면 주민투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추진위는 "우리나라에만 유독 불평등하게 존재하는 주한미군기지 내 위험시설 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국방 외교 담당 부서들이 그 업무 주체라고 인정한 법원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으며 곧장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이런 상황을 인정하고 계속 유지하자는 말과 같은데 부산시민 20만명의 서명까지 받은 추진위원회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대한민국 어느 기관이 주한미군의 위험성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해당 시설에 대한 존폐를 결정할 권리를 갖는 것인지'를 물었을 때 해당 기지가 존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주체가 되어야 함은 너무나도 상식적이다"고 주장했다.

법원 "미 세균실험실 폐쇄 국가 사무"…시민단체 "납득 못 해"
추진위는 주민투표를 거부한 부산시에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추진위는 그간 부산시에 주민투표를 요구하며 박형준 부산시장 취임 첫날 기습시위를 벌이고 95일간 시청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추진위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 이후 농성을 해제했지만, 농성 해제 이후 곧바로 청사를 점검했다는 이유로 시가 단체를 고발했다"며 "주민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지자체가 국가사무란 핑계 뒤에 숨어 뒷짐을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항 미 세균실험실 폐쇄를 요구해온 추진위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에서도 8부두 세균실험실 폐쇄 여부를 자치 사무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며 주민 20만명의 서명을 받아 부산시에 주민투표로 폐쇄 여부를 결정하자고 요청했지만 시는 이는 국가 사무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