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는 17일 경기 부천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해외 유명 셰프들도 김치를 배우기 위해 유학 오는 세계적인 김치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는 17일 경기 부천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해외 유명 셰프들도 김치를 배우기 위해 유학 오는 세계적인 김치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올해 1분기 김치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해외에서도 김치가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김치 명인 1호’인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는 “이런 때일수록 김치종주국을 선언해야 한다. 종주국 지위를 잃으면 역사를 빼앗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김치 자체는 등재되지 않았다. 17일 경기 부천에 있는 한성식품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우리 조상들은 1300년 전부터 수백 년에 걸쳐 김치를 연구개발해 완성했다”며 “정부가 나서서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불거진 중국 ‘파오차이’, 일본 ‘기무치’ 등 김치 종주국 논란에 대한 반박이다.

35년간 김치 개발…175종 상품화

김 대표는 국내 첫 김치 명인(농림축산식품부 2007년)이자 식품 명장(고용노동부·한국산업인력공단 2012년)이다. 1986년 한성식품 창업 후 35년간 김치에 빠져 살았다. 창업 당시 김치를 사먹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가정주부였던 김 대표는 고급 식당에서 맛 없는 김치를 먹은 뒤 창업을 결심했다. 김치라면 자신이 있었다. 김 대표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손맛이 뛰어났다. 김장하는 날이면 동네 이웃들이 김치를 얻기 위해 몰려들 정도였다.

창업 초기엔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지역마다 선호하는 김치 맛이 달랐기 때문이다. 전국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표준 맛을 찾기 위해 밤새워 연구했다. 특허를 받기 위해 네 살 배기 아이의 손을 잡고 정부 기관을 찾아다녔다. 7년간 말단 공무원부터 국장까지 모두 만나 설득했다. “김치에 미친 여자”란 소리까지 들었다. ‘국내 첫 김치 명인’이란 타이틀도 이렇게 거머쥐었다.

김 대표는 총 28건의 특허를 따냈다. 전통적인 김치 외에 특허 김치 등 총 175종의 김치를 상품화했다. 미니롤보쌈김치, 깻잎양배추말이김치, 건블록 김치 등 고정관념을 깨는 수많은 김치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깻잎양배추말이김치는 깻잎, 양배추 등을 활용해 위 건강에 도움이 되고 다이어트에도 좋은 제품”이라며 “맵거나 짜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아 해외 수출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김치학교 세우고 싶다”

김 대표는 창업 직후 고급 호텔부터 두드렸다. 외국인에게 김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통로라고 생각했다. 호텔에서 우연히 김치를 맛본 조직위원회 측의 요청으로 86아시안게임에 김치를 공급했다. 이후 88서울올림픽 등 국제행사엔 빠짐없이 그의 김치가 등장했다. 한성식품은 대만 호주 유럽 등 28개국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선 호텔뿐만 아니라 관공서, 대형병원, 학교 등에 김치를 공급한다. 최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채널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연매출은 600억원 안팎이다.

한성식품의 김치는 맵거나 짜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배즙, 무즙, 양파즙을 직접 갈아서 넣고, 젓갈과 찹쌀풀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다”며 “레시피를 철저하게 고수하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꿈은 해외 유명 셰프들도 김치를 배우기 위해 유학 오는 세계적인 김치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 같은 김치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