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서, 지난달 고소사건 불송치 처분…감찰 조사
경찰, 피의자들 휴대전화서 학대 정황 담긴 영상 확보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 친구 감금 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20대 남성 2명이 지난해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상해죄로 고소를 당했으나 경찰에서 불송치 처분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지난해 11월 피해자 가족이 피해자를 대리해 본 사건 피의자들을 대구 달성경찰서에 상해죄로 고소했다"며 "이 사건은 영등포경찰서로 이송돼 지난달 27일 불송치 결정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은 고소 당시 전치 6주 상해 진단서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가족은 지난해 10월 첫 번째로 가출 신고를 했다.

이후 피해자와 연락이 닿으면서 실종 신고가 해제됐고, 대구로 돌아온 피해자는 아버지에게 당시 피의자들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아버지는 지난해 11월 8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같은달 22일 피해자는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에 출석해 '피의자들이 머무는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텔에서 4차례 폭행당했고 상해를 입었다'고 진술했다.

달성서는 당일 피의자들과 통화한 뒤 피의자들이 현재 영등포구에 산다는 사실을 파악해 사건을 관할하는 영등포서로 이송했다.

이후 피해자가 지난 3월 또 나간 뒤 돌아오지 않자 피해자 가족은 4월 30일 대구 달성서에 두 번째로 실종 신고를 했다.

달성서는 두 번째 실종 신고 이후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전화 통화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고소 사건이 이번 살인 사건의 범행 동기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며 "영등포서에서 이미 종결한 사건 처리 과정도 새로 확보된 증거 등을 토대로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상해죄 고소 사건 종결처리 과정에서 부실한 부분이 없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영등포서 담당 수사팀에 대한 감찰 조사도 지시했다.

경찰은 지난 13일 오전 6시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나체로 숨져있는 20세 남성 피해자를 발견했다.

경찰은 피해자와 친구 사이로 오피스텔에 함께 사는 김모(20)·안모(20)씨를 중감금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이후 피해자가 영양실조에 저체중 상태였고, 몸에는 결박된 채 폭행당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전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해자는 일상생활이 다소 불편할 정도의 장애를 가졌으며, 사망 당시에는 34㎏ 저체중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 사람은 올해 3월께 대구에서 상경한 뒤 돈 문제로 함께 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에 대한 감금과 가혹행위는 사망 며칠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의자들 휴대전화에 담긴 영상 가운데 학대 정황을 시사하는 내용이 있음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두 사람이 돈을 갚지 않는다며 피해자에게 대부업체 대출을 강요하고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등 피해자를 협박해 갈취한 정황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 휴대전화 등을 디지털포렌식해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며 "갈취 정황에 대해선 압수수색 영장이 나오는대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