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장을 짊어진 병사들이 논둑을 따라 걷고 있다. 논물 표면에 일렁이는 군인들의 뒷모습에서 전쟁터로 향하는 청년들의 착잡한 심정이 드러난다.

이 장면은 6·25전쟁에 참전한 캐나다 장병들이 1951년 경기 가평에서 이동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전쟁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평전투 70주년 사진전’ 전시작의 하나다. 가평전투는 1951년 4월 가평 일대에서 캐나다, 호주, 영국, 뉴질랜드군으로 구성된 영연방 연합군이 자신들보다 5배가 넘는 수의 중국군과 벌인 전투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상했던 유엔군과 한국군은 중국의 참전으로 다시 밀려 내려왔다. 1951년 4월 영연방 연합군은 전술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가평을 지키고 있었다. 4월 23일 밤, 대규모 중국 병력이 영연방 연합군이 지키고 있던 고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운 치열한 전투 끝에 영연방군은 중국군의 공격을 물리치고 고지를 지켜냈다. 영연방군이 중국군의 남하를 3일간 막아내서 유엔군은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주한 캐나다대사관이 마련한 가평전투 사진전은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