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기업도 7월부터 주 52시간…'근로자 대표' 등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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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계도기간 안 주기로…큰 차질 없을 것으로 판단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인 5∼49인 사업장에 대해 계도기간을 부여하지 않기로 한 것은 주 52시간제 시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근로자 대표 등 관련 제도를 좀 더 보완하지 않을 경우 일부 사업장에서는 장시간 근로를 계속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주 52시간 초과자 있는 사업장 11%에 불과
권기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난해 말 정부가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계도기간을 더는 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힌 사실을 언급하면서 "정부 입장은 그때 정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300인 이상 사업장과 지난해 1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간 50∼29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각각 9개월,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계도기간에는 장시간 근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고 진정 등에 따른 조사로 주 52시간제 위반이 확인돼도 충분한 시정 시간이 부여돼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사실상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가능한 것이다.
계도기간이 부여되지 않는 5∼49인 사업장의 경우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 위반이 적발되면 현행 법규에 따라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이 부여된다.
이 기간 내 시정 조치를 안 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당초 5∼49인 사업장은 인력 운용 여건이 열악한 곳도 많아 주 52시간제 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됐지만, 노동부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49인 사업장 가운데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 준수가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93.0%에 달했다.
조사 대상 사업장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가 있는 곳의 비율도 11.1%에 불과했다.
주 52시간 초과자가 있는 사업장의 비율은 제조업(28.6%)이 비제조업(6.2%)보다 높았다.
이 조사는 노동부가 중기부·중기중앙회와 함께 지난 4월 전문 업체에 의뢰한 것으로, 5∼49인 사업장 표본 1천3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최근 공개한 조사 결과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경제단체들은 뿌리산업과 조선 업종 20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업의 44.0%가 주 52시간제 시행 준비가 안 된 상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제조업 중에서도 주 52시간제 도입이 어려운 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주 52시간제 시행 준비가 덜 된 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우선 전국 48개 지방노동관서에 설치한 노동시간 단축 현장 지원단을 통해 탄력근로제와 같은 유연근로제 도입 방안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중 업무가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고 업무가 적은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제도다.
최장 3개월이었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 4월부터 최장 6개월로 확대됐다.
정부는 인력난을 겪는 뿌리산업과 지방의 5∼4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외국 인력을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제조업에 대한 기술 지원 등을 포함한 '중소기업 혁신 바우처' 사업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도 지원한다.
건설업에 대해서는 발주자가 적정 공사 기간(주 40시간)을 준수하도록 한 건설기술진흥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도록 할 방침이다.
다음 달부터 5∼49인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게 된다.
명실상부한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 장시간 근로 가능성 여전…'근로자 대표' 제도도 허점
정부가 5∼49인 사업장에 대해 계도기간 없이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장시간 근로를 계속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5∼29인 사업장의 경우 내년 말까지는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1주당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주 60시간 근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2019년 사업체 현황 자료를 기준으로 5∼29인 사업장은 74만2천866곳으로, 5∼49인 사업장(78만3천72곳)의 94.9%에 달한다.
노동자 수로 보면 5∼49인 사업장은 약 780만명인데 5∼29인 사업장은 680만명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로자 대표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5∼49인 사업장은 대부분 무노조 사업장인 데다 현행법은 근로자 대표의 지위와 권한, 선출 방법 등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임의로 근로자 대표를 지정해 무리하게 추가 연장근로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필요한 탄력근로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근로자 대표 제도 정비를 위한 합의를 마련했고 국회에 관련 법안도 제출돼 있지만, 입법은 지연되고 있다.
권 실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입법이 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입법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사업장 지도도 하고 필요할 경우 하반기 중으로 현행 근로자 대표 관련 지침을 보완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인 5∼49인 사업장에 대해 계도기간을 부여하지 않기로 한 것은 주 52시간제 시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근로자 대표 등 관련 제도를 좀 더 보완하지 않을 경우 일부 사업장에서는 장시간 근로를 계속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주 52시간 초과자 있는 사업장 11%에 불과
권기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난해 말 정부가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계도기간을 더는 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힌 사실을 언급하면서 "정부 입장은 그때 정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8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300인 이상 사업장과 지난해 1월부터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간 50∼29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각각 9개월,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계도기간에는 장시간 근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고 진정 등에 따른 조사로 주 52시간제 위반이 확인돼도 충분한 시정 시간이 부여돼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사실상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가능한 것이다.
계도기간이 부여되지 않는 5∼49인 사업장의 경우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 위반이 적발되면 현행 법규에 따라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이 부여된다.
이 기간 내 시정 조치를 안 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당초 5∼49인 사업장은 인력 운용 여건이 열악한 곳도 많아 주 52시간제 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됐지만, 노동부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5∼49인 사업장 가운데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 준수가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93.0%에 달했다.
조사 대상 사업장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가 있는 곳의 비율도 11.1%에 불과했다.
주 52시간 초과자가 있는 사업장의 비율은 제조업(28.6%)이 비제조업(6.2%)보다 높았다.
이 조사는 노동부가 중기부·중기중앙회와 함께 지난 4월 전문 업체에 의뢰한 것으로, 5∼49인 사업장 표본 1천3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최근 공개한 조사 결과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경제단체들은 뿌리산업과 조선 업종 20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업의 44.0%가 주 52시간제 시행 준비가 안 된 상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제조업 중에서도 주 52시간제 도입이 어려운 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주 52시간제 시행 준비가 덜 된 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우선 전국 48개 지방노동관서에 설치한 노동시간 단축 현장 지원단을 통해 탄력근로제와 같은 유연근로제 도입 방안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중 업무가 많은 주의 근로시간을 늘리고 업무가 적은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제도다.
최장 3개월이었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 4월부터 최장 6개월로 확대됐다.
정부는 인력난을 겪는 뿌리산업과 지방의 5∼49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외국 인력을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제조업에 대한 기술 지원 등을 포함한 '중소기업 혁신 바우처' 사업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도 지원한다.
건설업에 대해서는 발주자가 적정 공사 기간(주 40시간)을 준수하도록 한 건설기술진흥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도록 할 방침이다.
다음 달부터 5∼49인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게 된다.
명실상부한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 장시간 근로 가능성 여전…'근로자 대표' 제도도 허점
정부가 5∼49인 사업장에 대해 계도기간 없이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장시간 근로를 계속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5∼29인 사업장의 경우 내년 말까지는 근로자 대표와 합의하면 1주당 8시간의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주 60시간 근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2019년 사업체 현황 자료를 기준으로 5∼29인 사업장은 74만2천866곳으로, 5∼49인 사업장(78만3천72곳)의 94.9%에 달한다.
노동자 수로 보면 5∼49인 사업장은 약 780만명인데 5∼29인 사업장은 680만명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로자 대표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5∼49인 사업장은 대부분 무노조 사업장인 데다 현행법은 근로자 대표의 지위와 권한, 선출 방법 등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사업주가 임의로 근로자 대표를 지정해 무리하게 추가 연장근로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필요한 탄력근로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근로자 대표 제도 정비를 위한 합의를 마련했고 국회에 관련 법안도 제출돼 있지만, 입법은 지연되고 있다.
권 실장은 "최대한 신속하게 입법이 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입법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사업장 지도도 하고 필요할 경우 하반기 중으로 현행 근로자 대표 관련 지침을 보완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