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상생이냐 파탄이냐…노사 힘겨루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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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은 400여만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한계 중소기업의 생존선이 맞닿아 있다.
그래서 적정 수준 이상이면 일자리가 위협받고, 그 이하면 노동자의 생계가 위험해진다.
올해는 상황이 복잡하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기업간, 노동자간 실적과 소득의 K자형 양극화는 심화했다.
내년 봄엔 최대 정치 일정인 대선이 예정돼 있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들면 최저임금 협상은 미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상생의 균형점을 찾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미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좁혀지지 않는 노사 간극
작년에 있었던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역대 최저 인상률(1.5%)로 마무리되면서 파행은 있었으나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노사가 극한 대립은 피해 비교적 순탄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K자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실질 근로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수출의 폭발적 증가로 경제성장률은 4%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수 개선 흐름은 더딘 탓에 온기가 저임금 근로자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생필품과 식료품을 비롯한 생활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겨워졌다.
경영계는 그 나름대로 최저임금을 올려줄 수 없는 사유의 목록이 길다.
비대면·IT·수출 대기업은 코로나 수혜 업종으로 실적이 급격히 회복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에 민감한 대면·내수·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코로나 타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 행정명령에 따른 영업금지나 영업제한 업종, 음식·숙박·여행 등 대면 서비스업종은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로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민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시급 8천720원, 월 환산액 182만2천480원)이 1인 가구 생계비의 81.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한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비혼 단신) 1인 생계비는 약 209만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182만원보다 약 27만원 높다"며 "현재 최저임금은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4일 한국노총과 여야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적정 인상률로 '경제성장률(4.0%)+물가상승률(2.3%)'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따른 최저임금 감소 효과 상쇄 등을 감안해 7.0% 수준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릴 경우 오히려 일자리 감소로 노동자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 2018년과 2019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임금 지급 주체인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기업의 수용 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전북대 최남석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 의하면 최저임금이 현행 8천72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최소 12만5천개에서 최대 30만4천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올랐을 때 15만9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10.9% 인상된 2019년에는 27만7천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추정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노동계는 시급 1만원 이상을, 경영계는 동결 수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 협상 시한 앞으로 1개월…갈등 격화 전망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5일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인식차가 워낙 커 타협점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장외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3일 서울에서 1만명 규모의 노동자대회 개최를 예고했는데 집회 사유에는 '노동자 가구 생계비에 못 미치는 최저임금'이 들어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어떻게 교통정리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양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은 실적이 양호하지만,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업종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2018년과 2019년 과도하게 최저임금을 올렸던 부작용이 여전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여건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상황에서 업종별 노동자별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해 최저임금의 답을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현 정부의 지난 4년간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이 7.7%이지만 여러 여건상 이 정도는 어렵고 4∼5%대에서 절충점을 찾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악화로 딜레마 상황이지만 최저임금 선을 밟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데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면서 실질 최저임금이 줄어든 노동자도 있는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8∼9% 정도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소장은 "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을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지원하고, 원청업체나 협력 대기업, 대리점 본사,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최저임금 상승분을 부담해주는 상생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고시에 앞선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위는 앞으로 한 달 후인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해야 한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은 400여만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한계 중소기업의 생존선이 맞닿아 있다.
그래서 적정 수준 이상이면 일자리가 위협받고, 그 이하면 노동자의 생계가 위험해진다.
올해는 상황이 복잡하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기업간, 노동자간 실적과 소득의 K자형 양극화는 심화했다.
내년 봄엔 최대 정치 일정인 대선이 예정돼 있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들면 최저임금 협상은 미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상생의 균형점을 찾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미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좁혀지지 않는 노사 간극
작년에 있었던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역대 최저 인상률(1.5%)로 마무리되면서 파행은 있었으나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아 노사가 극한 대립은 피해 비교적 순탄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노동계 입장에서 보면 K자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실질 근로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수출의 폭발적 증가로 경제성장률은 4%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수 개선 흐름은 더딘 탓에 온기가 저임금 근로자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생필품과 식료품을 비롯한 생활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겨워졌다.
경영계는 그 나름대로 최저임금을 올려줄 수 없는 사유의 목록이 길다.
비대면·IT·수출 대기업은 코로나 수혜 업종으로 실적이 급격히 회복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에 민감한 대면·내수·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코로나 타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 행정명령에 따른 영업금지나 영업제한 업종, 음식·숙박·여행 등 대면 서비스업종은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로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민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시급 8천720원, 월 환산액 182만2천480원)이 1인 가구 생계비의 81.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한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동자(비혼 단신) 1인 생계비는 약 209만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182만원보다 약 27만원 높다"며 "현재 최저임금은 턱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4일 한국노총과 여야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적정 인상률로 '경제성장률(4.0%)+물가상승률(2.3%)'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따른 최저임금 감소 효과 상쇄 등을 감안해 7.0% 수준 이상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릴 경우 오히려 일자리 감소로 노동자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지난 2018년과 2019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이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임금 지급 주체인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기업의 수용 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전북대 최남석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 의하면 최저임금이 현행 8천72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최소 12만5천개에서 최대 30만4천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올랐을 때 15만9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10.9% 인상된 2019년에는 27만7천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추정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노동계는 시급 1만원 이상을, 경영계는 동결 수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 협상 시한 앞으로 1개월…갈등 격화 전망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5일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인식차가 워낙 커 타협점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장외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3일 서울에서 1만명 규모의 노동자대회 개최를 예고했는데 집회 사유에는 '노동자 가구 생계비에 못 미치는 최저임금'이 들어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어떻게 교통정리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양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은 실적이 양호하지만,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업종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2018년과 2019년 과도하게 최저임금을 올렸던 부작용이 여전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여건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스템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상황에서 업종별 노동자별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해 최저임금의 답을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현 정부의 지난 4년간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이 7.7%이지만 여러 여건상 이 정도는 어렵고 4∼5%대에서 절충점을 찾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악화로 딜레마 상황이지만 최저임금 선을 밟고 있는 노동자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데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면서 실질 최저임금이 줄어든 노동자도 있는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8∼9% 정도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소장은 "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을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지원하고, 원청업체나 협력 대기업, 대리점 본사,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최저임금 상승분을 부담해주는 상생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고시에 앞선 이의 제기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위는 앞으로 한 달 후인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