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판단 지켜보겠다"…향후 악재로 작용할 듯
'조건부 이첩' 검찰 손 들어준 법원…공수처 난감
법원이 15일 '조건부 이첩' 논란과 관련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이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공판준비 기일에서 공수처의 조건부 이첩 주장에 대해 검찰의 손을 들어주는 잠정 판단을 내렸다.

조건부 이첩(유보부 이첩)이란 사건을 검찰에 넘겼더라도 수사 완료 후 기소 여부 판단권은 공수처에게 있다는 주장으로, 검찰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 기관이 충돌한 바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공수처의 요청을 거부하고 한) 공소제기가 위법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해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수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단을 계속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확정적이지는 않다'라고 부연을 했고, 아직 1심에 불과하므로 2심과 3심 재판에서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단은 향후 수사 관할 등을 놓고 검찰과의 충돌 상황에서 공수처로서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공수처가 최근 '공제 5호'로 입건한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ㆍ강력부장 등 사건 직접 수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수처는 지난 3월 이번 이규원 검사 사건과 함께 문 부장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조건부 이첩했다.

이후 수원지검이 이 검사 등만 기소하고 문 부장에 대한 처분을 내리지 않자, 공수처는 이 사건 '재재이첩'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수원지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대검찰청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날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공수처의 요청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나아가 공수처가 앞으로 또 다른 조건부 이첩을 요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가 다른 사건에 대해 같은 주장을 펼쳐봤자 검찰이 이번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자체 기소를 강행할 것이기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수처가 앞으로 조건부 이첩을 주장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계에서도 공수처의 해석을 지지하는 입장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 인력도 갖춰졌기 때문에 조건부 이첩을 하지 말고 공수처가 직접 검찰을 수사하면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건부 이첩' 검찰 손 들어준 법원…공수처 난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