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꼰대 정당'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제1야당이 헌정사상 첫 30대 당대표를 내세우고 상승 돌풍을 타면서 집권여당의 위기감도 고조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여권 내부에서 '민주당의 이준석'이 될만한 재목이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젊은 정치인 인재풀이 넓다.

우선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가 있다.

차세대 정치리더로 꼽히는 재선의 박주민(48) 의원과 박용진(50) 의원, 김해영(44) 전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아래로 내려가면 청년 몫 공천과 최고위원 발탁으로 입성한 2030 정치인들이 포진해 있다.

이른바 '초선 5인방'으로 불리는 장경태(37)·장철민(38)·전용기(30)·이소영(36)·오영환(33) 의원, 강성 당원의 지지를 받는 김남국(38)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송영길 대표가 발탁한 이동학(39) 최고위원, 이낙연 전 대표가 기용한 박성민(25) 전 최고위원도 청년 목소리를 대표할 인사로 꼽힌다.

청년 정치인은 더 많은데…'이준석' 없는 與 고민
문제는 대내외적으로 20·30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할만한 '소신파'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내 경직된 조직문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민주당 주류는 50·60세대다.

이들이 참여정부 때부터 형성한 조직을 기반으로 '원팀'을 강조하면서 쇄신파가 성장할 토양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심과 민심의 격차 역시 과제다.

4월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이른바 강성 당원들이 선명성 강한 개혁이슈들을 고수하면서 되레 민심과의 거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6·11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상당한 힘을 실어주며 일반국민 여론과 보조를 맞춘 것과는 대조적이다.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가 별다른 쇄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도 이러한 구조적인 측면과 맞물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정작 조국 사태나 부동산 등 강성 당원들이 민감해하는 현안들을 일절 거론하지 않은 게 상징적이다.

청년 정치인은 더 많은데…'이준석' 없는 與 고민
내부적으로는 민주당이 청년 정치인의 지속적인 활동 토양을 제대로 마련해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30대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스타 정치인이 될 재목을 지속해서 발탁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런 활동을) 늦게 시작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 내 주류의 태도 변화"라며 "당의 5060세대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자신의 변화 필요성으로는 연결 짓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들의 권력을 내려놓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