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 대표 마당발이자 될성부른 떡잎을 가장 잘 알아본다는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리보핵산(RNA) 치료제 개발 회사 올리패스를 이같이 평가했다. 약 15년 이상 관계를 맺어온 이 대표가 정신 올리패스 대표에게 궁금한 점은 뭘까. 이들의 대화를 글로 담아봤다. 이정규 대표(이하 이) 정 대표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대표적인 1세대 연구원으로 꼽힙니다. 외국계 제약회사를 다니다가 1993년에 한국으로 오셨죠?
정신 대표(이하 정) 첫 직장은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개발한 셰링 플라우(현재는 미국 MSD)였습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1993년에 한일그룹 부설 한효과학기술원에서 일을 했습니다. 1999년에 다시 태평양제약(아모레퍼시픽) 신약팀장으로 이직했습니다.
이 태평양제약에선 국산 신약 22호인 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를 개발하셨죠. 정 대표와 저의 인연도 그곳에서 시작했고요. (아셀렉스는 2006년 임상 1상 중 크리스탈지노믹스에 기술이전됐다. 이 대표는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에 몸담으며 기술이전을 주도했다.)
정 당시엔 큰 규모의 딜(거래)이었습니다. 계약금만 20억 원이었으니깐요.
이 올리패스에 몸담고 있는 이장영 부사장이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있었던 것 같아요.
(올리패스에서 사업개발을 총괄하는 이 부사장 역시 태평양제약 출신이다. 이 부사장은 1990년 연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태평양그룹에 입사해 기술전략팀장과 개발·마케팅 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정 태평양제약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었습니다. 팀 하나를 이끌었지만 여러 전공자가 모여 있어 마치 하나의 연구소와 같았죠. 저 같은 경우 화학과 출신으로 주로 화학 전공자와 일을 해오다가 생명공학 등 여러 분야 전공자와 일을 하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이 2006년 직장을 나와 창업을 하셨죠.
정 그룹 방침이 화장품에 더 집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더 오래 버티긴 쉽지 않았습니다.
이 섭섭하셨겠습니다.
정 당시엔 섭섭했죠. 지나보니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었던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에 올인하지 않고 신약까지 다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 합성의약품과 항체 바이오 신약이 대세였는데 당시엔 비교적 생소했던 RNA 치료제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정 바이오 벤처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 것이죠. 예를 들어 합성의약품은 어떤 분야를 시작하든 경쟁률이 100 대 1은 됐습니다. 정말 좋은 후보물질을 갖지 않는 한 성공이 쉽지 않았죠. 뒤늦게 뛰어들어 99명의 경쟁자를 제쳐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죠. 돈 없이 이 분야에서 성공하긴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RNA 분야는 어땠습니까.
정 당시 개발 중이던 RNA 치료제는 약물이 세포 안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걸 세포 안에만 넣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100 대 1의 경쟁률이 아니라 제가 곧바로 1등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올리패스는 기존 RNA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인공유전자(PNA)를 개발해 비마약성 진통제, 노인성 황반변성 및 당뇨성 황반부종 치료제, 고지혈증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이 그렇지만 상장엔 시간이 다소 걸렸습니다. 자금 유치도 쉽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정 창업 당시엔 4~5년이면 우회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다만 기관투자가들이 10년은 생각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13년 후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고생이 많았죠.
이 연구원 몇명을 데리고 교육을 시키면서 동시에 본인이 직접 실험을 하며 연구했다고 들었습니다. 초기에 기술을 믿고 투자한 CKD창투 등 일부 창투가 있었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죠. 이후 2014년 10월 핵산 기반 치료제를 꽤 오랜기간 연구해온 BMS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기반기술, 다시 말해 플랫폼 기술에 근거한 다국적 제약회사와의 첫 계약이었습니다.
정 그렇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제휴가 깨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기술적으로 부족했고 기술이전이 뭔지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회였고, 그 경험이 최근의 임상 등에 영향을 미쳤죠.
이 약물을 세포 안으로 보내는 건 쉽지 않은 기술입니다. 유전자치료제의 숙명이기도 하죠.
정 올리패스는 안티센스 올리고핵산(ASO) 기술로 RNA 치료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ASO가 핀셋처럼 특정 유전자를 표적화하는 방식이죠. ASO는 세포핵 속에 있는 ‘전구체 mRNA’(pre-mRNA)나 세포질에 있는 mRNA와 결합합니다. 이 과정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못 만들도록 하는 것이죠.
이 같은 업계에서 정 대표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전혀 보지 못한 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대표 파이프라인인 비마약성 진통제 ‘OLP-1002’의 임상 1상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올리패스는 OLP-1002 임상 1b상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확인했다. 호주에서 고관절·슬관절염으로 중등증 이상 통증을 수반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한 결과, 안전성에선 문제가 없었으나, 위약(가짜약)군과 OLP-1002 투여군 사이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 임상 1상은 안전성 검사만 하면 됩니다. 안전성엔 문제가 없었죠. 이 과정에서 일부 약의 효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평균적인 통증 감소 효과가 잘 나왔고요.(올리패스는 맹검이 해제되기 전 위약군과 투여군 전체인 35명에서 70% 이상 통증 감소가 8명에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중 5명이 위약군의 결과였다.) 임상 환자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통제가 안 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의사들에게 다른 약 안 먹는다고 하고, 뒤로는 다른 약을 먹는다든지.
정 관절염 통증이 있는 위약군 환자가 우리 약물이 아닌 다른 약물을 먹었다고 봅니다. 오랜 통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위약을 먹다가 너무 아파 기존에 먹던 약을 다시 먹었을 가능성이 높죠. 또 진짜 약을 먹은 사람은 통증이 줄자 운동을 재개하고, 다시 통증이 커지는 사례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 고용량과 저용량군을 비교한 효과는 어땠나요.
정 희망적으로 볼 수 있는 건 저용량군보다는 고용량군에서 통증 감소 효과가 좋았습니다. 약효가 있다는 거죠. 임상 2상에선 직원을 상주시켜 임상 환자 관리도 하고, 계획서도 촘촘히 만들 예정입니다. 오는 8월엔 임상 허가 신청을 할 겁니다.
(OLP-1002의 원리는 이렇다. 사람의 통증 대부분은 세포 내 소듐이온 채널에서 이뤄지는 신호전달로 인해 생긴다. 이 소듐 채널에서 신호전달을 억제하면 진통효과를 낼 수 있다.
올리패스는 유전자 염기서열상 통증 감각에 관여하는 Nav1.7 소듐이온 채널과 다른 소듐 채널 간 차이가 상당하다는 데 주목했다. 염기서열이 다른 유전자를 표적 삼아 Nav1.7의 발현을 억제하면 안전한 진통제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어찌 보면 임상 2상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습니다. 소통의 문제도 있는 것 같네요.
정 이 부분에서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 대응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아요. 안전성은 문제가 없으니 임상 1상의 성과는 거둔 것이거든요. 다만 위약군에서 효능이 더 잘 나왔다는 정보를 숨겨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비밀이 새나가고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이 부분에서 홍보담당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좀 더 연착륙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브릿지바이오의 경우 기업공개(IPO) 20개월 전부터 홍보담당자를 두 명 뽑았거든요.
정 연구 중심의 회사다 보니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100여 명의 직원 중 70%가 연구원이거든요. 홍보 직원을 두지 않았는데 필요성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이 보통 진통제는 진통 효과를 임상에서 증명하기 어렵단 얘기도 있지 않나요?
정 그렇지 않습니다. 치과에서 쓰는 리도카인 마취제를 생각해보세요. 바로 효과가 오잖아요. 환자군별로 약 50~100명 정도면 통계적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진통제 특성상 임상 기간이 길지도 않습니다. 이번에 입은 타격은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임상 교육이 필요하긴 합니다. 한국 사람은 말을 잘 들어 임상이 잘되는데, 외국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에선 왜 임상을 안 하셨나요.
정 RNA 치료제 자체가 생소한 분야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설득하고 임상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영국이나 호주 쪽은 미국에서 임상 결과를 인정해주는 측면도 있고요.
이 얼마 전에 RNA 관련 특허가 많다는 이유로 주가가 크게 오른 적이 있습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mRNA 백신 등을 해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정 모더나나 화이자의 mRNA 백신은 mRNA 자체를 몸 안에 넣어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올리패스의 RNA 치료제는 mRNA가 만들어지기 전(前)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고요. 짧은 유전자 조각으로 단백질 생성 과정을 막아보자는 것이죠. DNA→pre mRNA→mRNA→단백질 순으로 단백질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저희는 두 번째 과정에 관여한다고 보면 됩니다. mRNA는 약간 다른 분야로 볼 수 있죠.
이 연구 제안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정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저희도 여러번 의뢰를 받았습니다. 세포 안에 약물을 넣는 기술이 있으니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다만 실험에 쓸 수 있는 mRNA 조달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현재도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진 않습니다.
이 RNA 전문가로서 한국의 mRNA 백신 개발 등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정 제가 볼 때 단기간에 mRNA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워낙 많은 특허 때문입니다. 다만 생산은 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술이전을 통해서요. 한국 기업들은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김우섭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