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자 일본 내 나무젓가락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나무젓가락 원료가 일본의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원인 바이오매스 발전 연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값이 치솟는 일본산 나무젓가락 대신 중국산 나무젓가락 수요가 치솟고 있다. 탈석탄 사회의 나비효과가 일본인들이 연간 200억 벌가량 쓰는 나무젓가락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나무젓가락 제조업체인 하라다는 자국산 목재로 만든 나무젓가락의 가격을 5년간 두 차례에 걸쳐 20% 인상했다. 재료인 목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작년 말 나무젓가락 제조에 사용하는 통나무 ㎥당 가격은 6500엔(약 6만6178원)으로 3년 새 14% 상승했다.

나무젓가락의 원료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일본 정부가 2012년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미리 정해진 가격에 매입하는 고정가격매수제(FIT) 적용 대상에 포함하면서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볏짚, 쌀겨, 폐목재 등을 원료로 가스를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바이오매스 발전회사들이 연료인 목재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나무젓가락의 재료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설명이다.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른 중국 내 수요 증가도 재료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4월 말 중국으로 수출한 일본산 통나무 가격은 ㎥당 1만3889엔으로 1년 만에 25.8% 급등했다.

가격이 오르면서 일본산 나무젓가락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 벌 가격이 1엔으로 일본산의 20~30%에 불과한 중국산 나무젓가락이 일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대형 편의점 체인인 로손이 2016년 매장용 나무젓가락을 중국산으로 교체하는 등 가격에 민감한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중국산 나무젓가락 사용을 늘리고 있다. 현재 일본 나무젓가락 시장에서 외국산 점유율은 97%에 달한다.

코로나19 타격도 받고 있다. 특히 연간 1000만 벌 이상의 나무젓가락을 구매하던 대학 학생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업체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대부분의 대학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대학식당들의 지난해 나무젓가락 구매량은 10분의 1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가장 많은 나무젓가락을 생산하는 나라현의 지난해 생산량은 9127만5000벌로 1년 전보다 43%, 2011년에 비해서는 70% 줄었다. 나라현 요시노 지역의 젓가락 제조업체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의 회원사도 한때 100곳을 넘었지만 현재 30곳으로 감소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